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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수입차 ‘깜깜이’ 1년 대기에 계약금까지… 속타는 소비자

[취재뒷담화] 수입차 ‘깜깜이’ 1년 대기에 계약금까지… 속타는 소비자

기사승인 2020. 09.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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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최원영
국내에서 고가 수입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특히 9월 들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위축됐던 마케팅이 일제히 재개되면서 소비자들 시선을 사로 잡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윳돈이 있어도 잘 나가는 수입차종을 만나려면 1년 후를 기약해야 합니다. 가뜩이나 소량만 들여오던 고급 수입차들이 코로나19로 현지 생산 및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제 그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계약금을 걸고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속이 타들어갑니다.

일례로 잘 팔리는 포르쉐 카이엔은 대기기간이 최소 1년 이상입니다. 가뜩이나 선 주문을 통해 2개월 후 물량을 미리 산정하고 각종 절차를 밟아 운송해 오면 빨라야 6개월 후에야 만나볼 수 있었던 시스템입니다. 여기에 대박 인기를 끌면서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대기자가 넘쳐납니다. 예년 300~400대 수준의 국내 포르쉐의 월 판매량은 이제 1000대에 육박합니다.

실제로 지난 7월말 기준 올해 신규 등록된 포르쉐는 5287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 4204대를 넘어섰습니다. 제가 확인차 방문한 딜러사 매장에선 카이엔만 현재 400여대가 계약 돼 줄을 서 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안전성이 입증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볼보의 S90과 XC90은 대기기간이 6개월, BMW 인기 SUV인 X5은 약 2~3개월, 벤츠도 올 출시한 신모델 GLC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수개월 대기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요도 많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지연 우려도 있습니다. 포르쉐는 대부분의 물량을 독일 현지에서 생산하고 일부 조립라인이 슬로바키아 등에 배치 돼 있는데 유럽은 지난 3월부터 공장이 산발적으로 문을 닫아 왔기 때문에 6개월 후인 이달부터 연말까지 스케쥴 차질이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문제는 번호표를 받기 위해 선입금 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300만~500만원 수준의 계약금입니다. 소비자들은 기본적인 인도 시기만 고지 받고 정해준 시기까지 수입차 딜러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금액과 대기기간은 브랜드와 차종마다, 또 딜러사마다 상이해 벤츠와 볼보 등은 100만원 수준입니다.

이렇다보니 대기자들 사이에선 계약금을 묶어놓고 급할 것 없는 딜러사가 이익을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단순계산으로 포르쉐의 연 판매량 약 4500대를 400만원씩 계약금을 묶어 놓는다면 180억원 규모입니다. 포르쉐코리아는 현재 4개의 딜러사와 함께 약 10개 매장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구매를 취소하면 환불 가능하지만, 일부 지연에 대한 불만사항도 온라인상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계약금은 딜러사 재량에 달려있어 어떻게 운용되는 지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공급자 우선의 시장이 되다 보니 소비자들은 깜깜이 대기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1년 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년 브랜드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수입차업체들은 출고 대기 중인 소비자들의 마음이 떠나지 않도록 더 세심히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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