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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美·中 갈등 속 삼성전자, 답은 정해졌다

[취재뒷담화] 美·中 갈등 속 삼성전자, 답은 정해졌다

기사승인 2020. 09. 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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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굴기 막힌 中 "삼성전자는 우리 편"
美 5G 인프라 '당근' 제시 반면 中 압박만
중화권 대만 TSMC 中 대신 美 수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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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일어섬)’를 겨냥한 미국 정부의 제재는 집요했다. 처음 화웨이를 때릴 때만 해도 5G(세대)기술만 양보하면 멈출 것이라고 중국 정부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까지 제재 대상으로 거론한 걸 보면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다. 중국산 반도체가 시장에서 활보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국가 안보차원에서 반도체 자급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15%대로 지난해 약 3055억 달러(약 363조원)를 반도체 수입에 썼다. 만일 미국이 어떤 빌미로 반도체 수출을 통제할 경우 중국은 미국에 끌려다녀야 한다. 패권을 노리는 중국 정부가 쉽게 반도체 굴기를 포기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거인이 이렇게 샅바싸움을 하다보니 중간에 끼인 삼성전자는 난처하게 됐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알려지자 중국은 관영언론인 글로벌타임스를 동원해 삼성 반도체를 구매하고 삼성에 파운드리를 맡기면 된다는 식으로 선전했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안 공장을 찾을 때는 띄워주기에 나서는가 하면 삼성전자가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하자 “품위있는 철수”라며 은근히 지속적인 투자를 압박했다.

노골적으로 자기들 편에 서란 메시지를 중국 정부가 보내나 삼성전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은 벌써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게 답을 알려줬다. TSMC는 화웨이 반도체 제작을 포기하자마자 애플·인텔 등 미국 ‘큰 손’들의 대규모 주문을 받았다. TSMC가 화웨이를 포기한 대가였다는 얘기가 업계에서는 흘러 나온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게 던진 ‘당근’은 5G(세대) 인프라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7조8983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미국은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을 기점으로 영국·캐나다·호주·일본·뉴질랜드 등 친미 국가에만 5G 인프라를 깔아도 전체 시장 점유율의 2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 화웨이를 제외하고는 경쟁자라고 해야 에릭슨과 노키아 정도다. 삼성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도울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화웨이와 경쟁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화웨이가 뒤늦게 반도체 제작의 대가로 스마트폰 시장을 양보하고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지만 의미 없는 제안이다. 이미 화웨이 스마트폰과 5G 통신장비는 미국 정부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미·중 갈등은 이미 무역전쟁이 아닌 패권경쟁으로 가는 형국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패권경쟁을 벌이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래 동서고금을 들어 패권경쟁은 어느 한쪽이 쓰러져야 끝난다. 미국은 삼성을 지원하고 시장도 나눴지만, 중국은 자국 시장에서 ‘애국 소비’를 명목으로 삼성을 밀어냈다. 시장을 내주지 않고 단물만 차지하려는 중국을 도울 나라는 적다. 최근 미·중 갈등이 격해지면서 중국 정부 내에선 이렇게 우군이 없어냐고 한탄하는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국가간 선택도 이런데 이익을 추구하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의 선택지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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