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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官運’

[기자의 눈]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官運’

기사승인 2020. 12.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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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반명함] 사진 파일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내달 1일부터 농협금융그룹 회장을 맡는다. 지난 22일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농협금융 신임 회장에 손 행장을 내정한데 따른 것인데, 이는 손 행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10개월 만에 농협금융 사령탑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한 이후 3개월 한시적으로 회장직에 올랐던 신충식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료 출신이 그룹 회장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임추위에서도 관료 출신 중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임추위의 선택은 손 행장이었다. 이 때문에 손 행장이 ‘관운’을 타고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정은보 대사를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본인이 고사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또한 김태영 전 은행연합회 회장도 농협 내부 출신 중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어, 내부출신으로 결정하면 김 전 회장이 추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김광수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점이 내부에서는 부담이 됐다. 농협금융 회장이던 김광수 회장과 김태영 전 회장이 맞교대하는 형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은 제 3의 선택을 하게 됐고, 손 행장이 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는 얘기다.

사실 손 행장이 은행장으로 선임됐던 과정에서도 관운이 따랐다. 이대훈 전 행장은 지난해 말 높은 실적 성장세에 힘입어 3연임에 성공하며 올해까지 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이성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 회장은 김병원 전 회장 시절 선임된 CEO들의 재신임 여부를 따졌고, 은행장 교체 수순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구나 이 회장은 경기도 출신 인사인 만큼 호남 출신인 전임 회장과 달리 경기도 인사와 영남 인사를 중용할 것이라는 보는 시각이 많았다. 경남 진주 출신인 손 행장이 대표적인 영남권 인사로 분류됐고, 결국 행장에 오른 것이다.

손 행장은 올해 1월 그룹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으로 선임됐는데, 3개월만에 다시 은행장에 올랐고, 또 10개월 만에 농협금융 사령탑까지 맡게 된 것이다. 그룹 부사장에서 은행장, 농협금융 회장에 오르기까지 1년이 채 안 걸린 셈이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올해는 손병환 행장에게 관운이 뒤따른 해”라고 말했다. 손 행장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룹 회장에 오른 만큼 경영능력을 맘껏 발휘해 농협금융을 다른 금융그룹과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성장시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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