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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586의 DNA는 영원불변인가

[칼럼] 586의 DNA는 영원불변인가

기사승인 2021. 01. 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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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회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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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회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2년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여당·청와대 측에서 김 수사관에 대해 비판의 십자포화를 쏟아 부으며 사찰 의혹을 부인했었다. 그중 압권은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문재인 정부 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평생을 기자로서 촌철살인의 글을 써왔던 김 대변인이 청와대의 결백을 함축적이고 강렬한 문장으로 표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과 관련해 집권 여당 측 인사들이 ‘검찰, 법원, 수구언론의 기득권 적폐’ ‘기득권층의 카르텔’이라고 비난하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에서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를 함께 풍긴다’라고 맹비판하고 있어서 2년 전 김 대변인의 ‘DNA’ 발언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된다. 그리고 이들 발언을 통해 현 집권세력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소위 ‘586(50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자기진영과 반대진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단면이 엿보인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 항거하며 민주화 헌신 높이 평가

‘586’ 인사들이 젊은 시절 서슬이 퍼렇던 군부독재 정권에 항거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하여 희생하고 헌신한 점은 높이 평가돼야 하고,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게 일종의 부채의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의 선의와 도덕성 그리고 희생정신을 신뢰한 국민들이 이들에게 나라의 운영까지도 맡긴 것이다.

그런데 3,40년 전과 비교해 볼 때에 촛불민심의 힘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킬 정도로 민주화에 큰 진척이 있었고, 2명의 전직 대통령과 전직 대법원장, 국정원장까지 줄줄이 감옥에 보낼 정도로 법치주의가 확립돼 가고 있는 이 시대에 ‘586’ 인사들의 인식은 아직도 3,40년 전 그 시대에 멈춰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독한 시어머니 밑에서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으며 3,40년을 지내온 며느리가 정작 자신의 며느리와는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자신은 늘 핍박받던 며느리라는 생각에 매몰돼 며느리의 입장은 무시한 채 과거 본인의 시집살이 타령만 늘어놓는 격은 아닌지 말이다.

◇젊은 시절 열정·초심 유지하는 일 결코 쉬운 일 아냐

DNA 유전자는 쉽게 바뀔 수 없지만 조석으로도 바뀔 수 있는 것이 우리들 인간의 마음이다. 젊은 시절의 순수와 열정의 초심을 유지하는 것조차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의 정치가 액튼이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고 경고하듯이 누구라도 권세를 얻고 기득권자가 되면 권력에 도취해 오만해질 수 있으며, 언제든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부패할 수 있다.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늘 스스로 경계하는 자세만이 권력자들에게 최고의 방부제다.

특정 사안에 대해 누구라도 검찰, 법원, 언론의 태도나 결정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국정을 좌지우지하며 이미 기득권자가 되어 있는 현 집권세력이 본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마치 ‘검찰, 법원, 수구언론의 기득권 카르텔’에 의한 피해자처럼 주장하는 것은 그들이 피 끓는 20대부터 몸 바쳐 투쟁해 쌓아온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던 볼테르의 관용적인 태도가 더욱 위대해 보이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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