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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은 불법인가? 인권인가? 스위스서 논란 재점화

구걸은 불법인가? 인권인가? 스위스서 논란 재점화

기사승인 2021. 01. 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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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질서 유지와 거주민들의 권리보호, 범죄구걸 타파 목적으로 2008년부터 구걸을 불법으로 금지시켜
'구걸도 표현의 자유' 인권 침해에 해당, 의견 분분
빈곤의 범죄화일 뿐, 궁극적 문제는 해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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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2008년 제네바주를 시작으로 ‘구걸’을 금지하고 있다. 경찰 적발 시 벌금이 부과되고, 벌금을 지불하지 못할 경우 감옥에 가거나 추방 당할 수도 있다. /사진 제공= gettyimagebank.
세계에서 부자나라로 손꼽히는 스위스에서 ‘구걸’ 논란이 일고 있다. 구걸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스위스에서 구걸을 한 여성에게 벌금을 매기고 구금한 행위가 지나치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7년 전 스위스 제네바 거리에서 구걸을 한 루마니아 여성에게 벌금을 부과한 뒤 돈을 내지 못하자 구금 처분한 스위스 정부에게 제재를 가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고 AFP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가 사생활과 가정생활을 보장하는 유럽인권 협약 제8조를 위반해 해당 여성에게 도덕적 손해를 입혔다”고 판결했다. 이어 “해당 여성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었고 구걸을 통해 본인의 고통을 표현하고 욕구를 충족시키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여성이 배상받는 액수는 922유로(약 123만 원)이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1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대 후반의 루마니아 여성은 제네바 거리에서 구걸했다는 이유로 500스위스프랑(약 62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문맹인데다 직업이나 복지급여가 없던 여성은 벌금을 내지 못했고 닷새 동안 구금 처분을 받았다.

이번 판결로 구걸이 불법행위인지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재점화했다.

스위스는 2004년부터 동유럽에서 넘어와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2008년 우익정당이 주도해 ‘구걸 금지법’을 시행했다. 현재는 스위스 26개 주 중에서 절반 이상인 15개 주(취리히·추크·티치노·상갈렌·보 등)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 구걸행위를 경찰 규정으로 금지항목에 포함시킨 유라·베른·발레 등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구걸 금지법은 일반 통행인·거주민들과 사업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바르게 하는 데 목적을 둔다. 구걸이 마피아와 연결돼 때로는 아동이 구걸 범죄 또는 인신매매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당성에 힘을 실었다. 실제 2016년 5월에는 정신장애 소년을 돈으로 산 뒤 제네바 거리에서 구걸시킨 루마니아 출신 모자가 인신매매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스위스인포의 보도에 따르면 구걸 금지법을 시행한 지역당국 대부분은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로잔시 경찰 책임자 크리스티앙 빠나티에는 “법 시행 이후 구걸행위와 자영업자들의 불만신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리를 떠돌던 소외계층이 직격타를 맞아 우려스럽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독단체 오프레 롬의 베라 체레미시노프 대표는 “이 법은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더욱 깊숙한 곳으로 밀어내고 다시는 사회로 나올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구걸이 준 듯 보일 순 있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구걸하는 대부분이 못 배우고 가난한 루마니아 출신이어서 이는 또 다른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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