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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프랑스인의 주식, 바게트

이민자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프랑스인의 주식, 바게트

기사승인 2021. 02. 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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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의 연간 바게트 소비량 320개
-고된 노동 환경으로 인력난 심해
바게트
프랑스인 인당 평균 연간 320개를 소비하는 바게트./사진=게티이미지
프랑스 라디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6706만 프랑스인이 소비하는 바게트는 한 해 약 60억 개다.

실제로 프랑스인의 식탁에 바게트는 빠지지 않고 오른다. 한국의 주식이 쌀밥인 것처럼 프랑스인의 주식은 바게트다. 식사 메뉴가 샐러드든 파스타든 스테이크든, 바게트는 식탁 한편에 항상 자리 잡고 있다. 본식과 디저트 사이 치즈를 먹을 때도 바게트는 필수다.

바게트는 프랑스인의 주식인 만큼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다. 일반 바게트는 60센트(약 800원), 전통 바게트는 90센트(약 1200원) 정도다.

프랑스에서 소비되는 바게트의 절반은 대형 제빵공장이 아닌 동네의 제빵 장인(아티잔)이 만든다. 그러나 꾸준한 수요에도 바게트를 만드는 제빵업계의 인력 공급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일의 강도와 업무 시간에 비해 급여가 적기 때문이다.

제빵기계가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제빵업계의 노동환경은 신체적 노동 강도가 높다. 업무 시간 또한 길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 없이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외로운 직업이기도 하다. 새로 취직한 정규직 제빵사의 경우 최저 임금이 세전 월 1554유로(약 210만 원)인데 파리와 같은 대도시는 그마저도 못 받는 제빵사가 수두룩하다.

최근 스테판 라바크레이라는 프랑스 제빵사가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스테판은 그를 도와주던 기니 출신 실습생인 라예가 자국으로 추방당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호소했다. 스테판은 자국에서 고통 받는 이민자들이 왜 프랑스에서 일을 하지 못하냐며 그들은 프랑스인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결국 스테판의 단식 투쟁으로 라예가 프랑스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던 라예는 스테판 덕분에 다시 앞치마를 입고 출근할 수 있었다. 18살의 제빵 실습생 라예는 한밤중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결국 제빵 일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에는 라예와 같은 이민자 실습생 약 3만 명 정도가 제빵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제빵 실습생은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서 머무르고 있다. 니콜라스 로케즈라는 한 제빵 장인은 제빵업계에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시간을 들여 실습생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년 전 시작한 빵집에서 8명의 실습생을 교육했다. 말리,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두 실습생은 수련을 거쳐 현재 니콜라스의 빵집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제빵업에 종사하는 이민자 실습생은 박봉을 받고 일해야 한다. 실습생은 주로 학교에 다니면서 동시에 제빵 실습을 한다. 2주일 중 1주일은 학교에서 제빵 수업을 듣고, 나머지 1주일은 제빵 실습을 한다. 특히 1학년의 경우 실습생의 임금은 무척 적다. 한 달에 380유로(약 51만 원)를 받는데, 이는 고용주가 아니라 정부에서 실습생에게 직접 지불한다. 그래서 몇몇 고용주들은 공짜 인력이 생겼다고 좋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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