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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카도는 왜 국채 발행보다 증세를 추천했을까

[칼럼] 리카도는 왜 국채 발행보다 증세를 추천했을까

기사승인 2021. 02. 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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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경제학자는 많지만, 통념을 바꾼 학자들은 많지 않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으로 통념을 바꾼 발군의 학자였다. 변호사 갑돌이가 변론뿐만 아니라 타이핑도 갑순이보다 잘하지만, 변론 1시간당 10만원을 벌고 타이핑 1시간으로 1만원을 절약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는 갑순이에게 타이핑을 맡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처럼 갑순이가 변론과 타이핑 모두 ‘절대우위’가 없지만 타이핑에는 ‘비교우위’가 있으므로 이런 거래가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명석했던 리카도는 국가의 재원조달 방법으로 국채와 세금을 비교하면서 ‘국민’에게 주는 ‘장기적’ 부담에 있어 두 방안이 궁극적으로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를 재정학자들은 ‘리카도의 동등성 정리’라고 부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적자재정을 통한 국채 발행을 두고 “나라빚이 가계의 빚을 줄인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논란이 뜨겁다. 그렇다면 이런 논쟁에 대해 그의 동등성 정리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정부가 재난지원금 20조원을 세금을 거둬 마련하는 것과 20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마찬가지 부담이라고 그가 봤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3000만원 하는 자동차를 일시불로 혹은 할부로 구매하든 그 부담이 같다는 이유와 동일하다. 일시불로 3000만원을 지불하든 아니면 3000만원에 대한 이자를 계속 내든, 현재가치로 환산한 부담은 3000만원으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 빚은 결국 국민이 갚는다. 국민으로서는 정부가 20조원을 당장 세금으로 내게 하든, 그만큼 국채를 발행하든 결국 자신들이 짊어질 부담은 동등하다. 그러나 납세자들은 경제학자들이 아니다. 아마도 납세자들이 이 점을 ‘꿰뚫어보고’ 조금씩 소비를 줄이는 등 대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구매자와 지불자가 동일인이지만, 세금의 경우에는 재난지원금 수혜자와 납세자가 같지 않고 납세자도 현세대와 미래세대로 갈린다.

공공분야에서는 언제나 ‘집중된 이익과 분산된 비용’의 문제가 개재된다. 정부의 지출로 혜택이 집중되는 특정집단은 그들의 혜택에 드는 재정비용이 모든 이에게 분산되어 청구될 것이므로 이를 온전히 자신의 부담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런 집단에 속하지 않는 이들도 정부의 국채발행을 자신이 부담할 비용으로 인식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세금이 오르기 전까지는 그렇게 인식하지 않거나 이를 미래세대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가 이렇게 발행한 채권의 국내 구매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경우, 아마도 자신이 이 채권을 갚기 위해 내야할 세금은 채권의 금액에 비해 매우 작을 것이므로 이 채권만큼 부(富)가 증가한 것으로 느낄 것이다. 이에 비해 이 채권을 구매하지 않은 납세자들은 정부가 발행한 만큼 부채를 짊어지게 됐다고 인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세금의 증가뿐만 아니라 국채의 발행이 실은 국민들에게 궁극적으로 동일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면 두 수단 가운데 아무 수단이나 선택하면 되는 것일까? 납세자는 이런 현실과 다르게 ‘착각’할 수 있다. 리카도도 이를 잘 인식해서 이렇게 말했다. “세금을 내는 사람은 결코 두 방식을 동등하다고 보지 않는다.…(5% 이자율이면) 매년 50파운드씩 영구적으로 세금을 내는 것과 한 번에 1000파운드를 내는 것이 동일한 부담이라고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납세자인 국민들이 조세와 국채발행의 부담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면, 어떤 수단으로 재정을 조달하는 것이 좋을까? 비록 그 부담이 같더라도, 현실과 다른 ‘착각’을 일으키는 국채발행보다는 오히려 조세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그게 리카도의 생각이었다. 증세를 하면, 현실과 다른 착각에 따른 경제활동이 현실이라는 ‘진실의 순간’에 직면해서 갑자기 조정될 필요와 혼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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