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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 칼럼] 인류사회,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박재윤 칼럼] 인류사회,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기사승인 2021. 02. 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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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인류가 맞은 대재앙
코비드-19는 인류가 맞은 대재앙이다. 2019년 12월에 중국의 우한성에서 발생하여 삽시간에 전 세계를 뒤덮은 코비드-19는 5일 오전 1시 10분 기준 1억398만9900명 (전 세계인구 약 78억명의 1.3%)을 감염시켰고 226만259명(전 세계 인구의 0.3%)의 목숨을 앗아 갔다. 한국은 7만9762명(전체 인구 약 5000만명의 0.15%)이 감염되고 1448명(전체 인구의 0.003%)이 목숨을 잃었다. 인류가 참으로 대재앙을 당한 것이다.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코비드-19는 세계경제를 망가뜨렸다. 선·중진국들(39개국)의 평균경제성장률은 2019년 1.6%에서 2020년 -4.9%로 추락하고 평균실업률이 2019년 4.8%에서 2020년 7.3%로 치솟아 1인당 국민소득이 2019년 5만4128 국제달러에서 2020년 5만1476국제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신흥·개도국들(156개국)의 평균경제성장률은 2019년 3.6%에서 2020년 -2.4%로 추락함으로써 1인당 국민소득이 2019년 1만1771국제달러에서 1만1377국제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2019년 2.0%에서 2020년 -1.1%로 하락하고 실업률이 2019년 3.8%에서 2020년의 4.1%로 상승함으로써 1인당 국민소득이 2019년 3만1846 미국경상달러에서 2020년 3만644 미국경상달러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회복의 전망
아직 불투명한 측면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다행히 예방백신이 소수 국가들에서 개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접종이 시작됨으로써 대체로 전 세계가 올해 중에는 코비드-19를 기본적으로 극복하고 세계경제도 코비드-19이전의 수준에 근접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에는 선·중진국들의 평균경제성장률이 4.3%로 회복되고 실업률도 6.9%로 낮아져서 1인당 국민소득이 5만4523국제달러로 만회되며, 개발도상국들의 평균경제성장률은 6.3%로 회복되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183국제달러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3.1%로 급등하고 실업률이 4.1%에 머무름으로써 1인당 국민소득이 3만2305미국경상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코비드-19 바이러스가 예방되고 경제가 정상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인류사회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류사회가 팬데믹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새로운 생활방식을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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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소통 중심으로
첫째, 사람들 간의 소통의 방식이 대면(오프라인)소통중심에서 온라인(비대면)소통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코비드-19하에서는 방역을 위하여 사람들 간의 대면접촉이 최소화되고 관계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소통의 부족을 심각하게 생각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온라인접촉의 이점을 알게 되고 이에 상당히 익숙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택근무가 불가피하게 되면서 재택근무의 이점을 사람들은 체감하게 되었다. 재택근무는 출퇴근시간을 없앰으로써 당사자들에게 해당시간 만큼 시간을 벌어 주었다. 퇴근시간 이후이더라도 컴퓨터에 일이 뜨는 것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바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난다. 따라서 업무를 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많이 처리하게 만들어 준다. 미국 사회에서는 팬데믹 이전부터 사무직에서는 재택근무가 일반화되어 있고 앞으로 로봇의 보급으로 생산직에서도 재택근무가 일반화될 전망이다. 재택근무야말로 팬데믹이 한국을 포함하는 인류사회에 가지고 올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맥시멀리즘으로부터 코어리즘으로
둘째, 사람들의 일에 대한 사고가 최다주의로부터 최소주의로 바뀌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사람들이 대체로 맥시멀리즘에 젖어 있었다. 가능한 한 많은 일에 관심을 가져서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해 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추진하던 많은 일들의 대부분이 팬데믹을 통해 무너지고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미니멀리즘으로 바뀌고 있다. 많은 일들을 벌일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일을 단단히 챙겨 나가야 하겠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핵심적인 일들을 챙기고 챙기는 일들의 핵심을 파고드는 핵심주의, 즉 코어리즘으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핵심적인 일들의 핵심을 파고들어 집중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일의 효율을 높이고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성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배려의식이 확산
셋째,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전보다 더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코비드-19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 등 여러 가지 방역수칙들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러한 방역수칙들이 초기에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인식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여 방역수칙들을 따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 방역수칙의 준수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자기자신은 특별한 방역수칙의 준수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을 주는 일이 없도록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사회전체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두는 등 이것이 생활화됨으로써 사람들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식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인류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온라인접촉 중심의 소통, 맥시멀리즘으로부터 코어리즘으로의 전환,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식의 강화 등 만하더라도 인류사회에 매우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지식사회로의 이행 가속화
인류사회는 20세기 말엽 이후 종래의 산업사회로부터 새로운 지식사회로 이행해가고 있다. 종래의 산업사회에서는 자본과 기술이 경쟁력의 원천이어서 보다 많은 자본과 보다 효율적인 기술을 이용하고 사람들이 기억력과 근면성이 합쳐진 반복력으로써 같은 일을 성실하게 반복하여 인류사회가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 등 정보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지식이 인류사회의 경쟁력의 원천을 이루는 지식사회로 인류사회가 이행해 가게 되었다. 지식력이란 ‘정보를 이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서 정보력과 창의력, 협력력으로 구성된다.

지식력의 강화로 선진화해야
정보력이란 ‘풍부한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안전하게 전달·보관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팬데믹으로 인한 온라인접촉의 증대는 사람들의 정보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인류사회의 지식사회로의 이행을 가속화시키게 된다. 그리고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팬데믹으로 인한 코어리즘의 확산은 사람들로 하여금 핵심적인 과제에 대하여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게 함으로써 인류사회의 창의력이 증대되고 따라서 인류사회의 지식사회로의 이행을 가속화시키게 된다. 끝으로 개인의 정보력과 창의력만으로는 지식사회의 격심한 경쟁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힘을 모아서 함께 일하는 능력’을 말하는 협력력이 지식력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팬데믹으로 인한 배려의식의 확산은 사람들의 협력력을 강화시키고 따라서 인류사회가 지식사회로의 이행을 촉진시키게 된다. 팬데믹으로 인한 인류생활의 변화는 결국 인류사회의 지식사회로의 이행을 가속화시킴으로써 팬데믹 이후 인류사회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지식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온라인접속과 핵심주의·배려의식의 강화를 통해 지식력, 즉 정보력과 창의력과 협력력을 강화함으로써 지식사회를 선도하는 선진국가로 발돋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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