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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새로운 한국, 정책금융이 답이다

[기고]새로운 한국, 정책금융이 답이다

기사승인 2021. 0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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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 신광풍에 휘말려 있다. 주식, 부동산, 銀 그리고 비트코인. 코로나 19로 갈길 잃은 자금이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다 보니 돌풍을 넘어 광풍이 된 것이다. 또한 우리는 조만간 녹색광풍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를 타개할 성장 전략으로 탈탄소와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 유럽 26개국은 향후 10년간 신성장 전략으로 1조 유로 이상을 투자하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을 추진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미 OECD는 탄소중립 중간 단계인 2016-2030년 까지 매년 6조9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영국은 2017년에 청정성장전략을 수립한 후 저탄소 기술 혁신을 위해 25억 파운드의 재원을 투입하였다. 독일은 수소전략을 추진하고 중국은 최근 14차 5개년 계획을 근간으로 2060년까지, 일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하였다. 미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했고 2021-2024년 동안 약 210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이 상원까지 통과하였으며 이중에는 2035년까지 발전부문 탈 탄소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도 있다. 한국도 그린뉴딜 정책과 함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나타날 것이다.

국내외 기업의 대응도 빠르다. 지멘스는 2015년에 세계적인 기업 최초로 2030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선언하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社는 탄소 처리 기술개발에 약 1조 2300억원 규모의 ‘기후혁신기금’을 조성하여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하였다. 네슬레, 구글, 아마존,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의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약 8600조원 자금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사는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을 투자에서 제외하는 “탄소 블랙리스트”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의 LG전자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17년 대비 50%로 줄이고, 외부 탄소감축 활동을 강화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영(zero)으로 만들 계획이다. LG화학, 포스코, 우리금융그룹이 탄소 중립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네이버는 마이너스 탄소 달성을 선언하였다.

이제 정부든 기업이든 탄소배출을 제로화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신 탄소 제로 시대”에 살아가게 된 것이다. 탄소 중립 외에도 회사의 전 생산과정을 100%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소위 RE100(Renewable Energy 100)라든가 ESG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도 약 280여개나 된다.

이같이 막대한 투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녹색광풍을 선점하기 위해서 유럽은 기존의 유럽투자은행(EIB : European Investment Bank)을 25년까지 기후은행(Climate Bank)으로 그 역할을 전환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2021년부터 유럽전략투자기금(EFSI)을 승계하는 InvestEU 프로그램에서 정부의 예산으로 보증 계정을 설치하고 보증에 기반하여 정책금융기관이 위험도가 높은 사업에 자본과 후순위로 참여함으로써 민간 자본의 참여를 돕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것은 매우 혁신적이면서 위험도를 낮춘 투자 방법으로 한국 정책금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의 KfW 은행은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 전환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데 2019년 기준 신규자금 공급액 중 기후환경 비중이 무려 40%에 달하고 있다는 점은 정책 금융의 미래 방향을 보여준다. 이외에 영국의 녹색 정책금융 역할을 해왔던 GIB(Green Investment Bank)와 호주의 청정에너지 재정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 학자인 노만과 스티글리츠(Noman, Stiglitz)는 정책금융의 역할을 시장실패 보완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등의 사업을 통한 경제발전과 함께 기존 산업구조의 저탄소화, 새로운 미래 유망산업 육성, 그리고 경제구조 전환에서 발생하는 좌초산업에 대한 공정전환을 위해서 정책금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책금융이 있어야 단기적으로 수익을 극대화 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민간상업금융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크고 장기,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에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래야 경제성장도 가속화할 수 있는 것이니 일석삼조(一石三鳥)를 넘어 일석오조(一石五鳥)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하나로 정책금융의 선도적 지원과 민간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녹색금융 활성화를 포함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녹색금융 전담기관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전담기관을 새로이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오랫동안 기업·산업의 고객기반을 보유하고 산업금융 경험이 풍부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녹색금융 주도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 경험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제조업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면 미래는 금융서비스업이 태평양의 기적을 만들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한국을 만드는 모든 길은 정책금융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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