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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낳는 기계’로 전락한 어미개들..실태 드러난 불가리아 ‘불법 개 번식장’

‘새끼낳는 기계’로 전락한 어미개들..실태 드러난 불가리아 ‘불법 개 번식장’

기사승인 2021. 03. 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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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개 불법 번식장
불가리아 떠돌이 개들. 불법 번식장에서 분양되지 못한 강아지들은 매립지에 버려진다. 매립지에서 살아남더라도 길에서 떠돌며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출처=Four Paws Bulgaria 공식 홈페이지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동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소도시 주변의 한 농가. 카메라를 숨긴 한 여성이 안으로 들어가 짧은 말을 건네자 한 남성이 상자 속에서 어린 강아지를 꺼내 보인다. 기운이 없는 강아지는 지저분하게 방치된 상태다. 어미개의 돌봄을 받은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촬영하는 내내 지하실에서는 많은 개들이 짖고 낑낑거리는 소리가 뒤엉켜 들려온다. 고객으로 위장해 문제의 장면을 촬영한 불가리아 동물복지협회 ‘포 포스 불가리아(Four Paws Bulgaria)’ 대표 막달레나 페네와는 영상과 함께 불가리아 내 불법 번식장의 만행을 유럽 사회에 고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럽 내 반려동물 분양 사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분양 가격부터 크게 올랐다. 시사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반려견의 경우 코로나19 위기 이후 분양가가 2배 가까이 올랐으며 반려고양이는 그 이상으로 뛰었다. 1년 전 독일 내 브리티시숏헤어 고양이의 평균 분양가는 595유로였으나 현재는 1299유로(약 175만원)에 달한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7일(현지시간)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재 우리는 그 많은 동물들이 불가리아나 세르비아의 불법 번식장에서 왔으며 그 안에서 수 많은 강아지와 어미개가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 버티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불가리아 동물복지협회의 고발내용을 보도했다.

불가리아 동물복지협회에 따르면 불법 번식장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어미개들은 ‘강아지 낳는 기계’로 전락해 작은 사육상자 안에 갇힌 채 끊임없이 강아지를 출산해야 하며 의료적인 처치나 검사도 받지 못한다. 갓 태어난 강아지에 대한 위생적인 처치나 관리도 없기 때문에 강아지들이 태어나자마자 죽는 경우도 있다. 판매되지 못한 강아지와 더 이상 출산을 못하는 어미개는 매립지에 버려진다.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에서 강아지들은 특정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되는 경우가 많지만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 분양 직후 죽는 사례 역시 빈번하다.

독일 북부에 거주하는 라우라 쾰러는 얼마 전 웹사이트에서 강아지 판매 글을 읽고 판매자에게 이메일로 구매의사를 밝혔다. 거래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쾰러는 현금으로 분양비를 지급하고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다. 계약서는 물론 예방접종증명서도 없었다. 강아지는 바로 다음날 동유럽 불법 번식장에서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전염병이 발병해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쾰러는 “접종증명서도 없으면서 예방접종을 모두 맞았다는 판매자의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했으나 결국 강아지 ‘치코’는 수의사의 권유로 안락사를 시킬 수 밖에 없었다.

유럽연합(EU)은 4월부터 새로운 온라인 동물거래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법이 시행되면 신분이 확인된 판매자가 등록된 동물만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다.

페데와 대표는 “온라인 거래통제가 불법 번식장을 막는 기회가 될 수는 있겠지만 등록동물의 식별 번호를 위조한다는 가정도 배제할 수 없다”며 더욱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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