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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레모 페스티벌에서 락 그룹 마네스킨 우승

산레모 페스티벌에서 락 그룹 마네스킨 우승

기사승인 2021. 03. 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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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현실을 정면 비판한 락 그룹, 현실에 절망한 젊은 세대의 지지받아 우승
마네스킨
제 71회 산레모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4인조 락 그룹 마네스킨출처= 마네스킨 페이스북에서 캡처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제71회 산레모 페스티벌에서 로마 출신의 4인조 록 그룹 마네스 킨이 우승했다.

프랑스 니스에서 오른쪽으로 약 55km 떨어져 있는 아름다운 해안도시 산레모의 아리스톤 극장에서 열린 이번 음악축제는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가 주최하고 중계했다. 1951년 시작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표준 이탈리아어 혹은 지역 방언으로 쓰인 가사와 이 대회 이전 발표된 적이 없는 곡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조건 덕에 산레모 페스티벌에는 정상급 가수들도 출연해 신인 가수들과 실력을 겨루기도 한다. 산레모 페스티벌 우승자는 당해 5월에 개최되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가수들과 경합을 벌이게 된다.

이번 대회 우승자 마네스킨은 로마의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여 결성한 록그룹이다. 지난 2017년 엑스팩터(X Factor)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들은 파격적인 의상과 그에 맞는 사회 비판적인 가사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아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곡의 제목인 ‘Zitti e buoni’는 ‘입 다물고 착하게 살아라’는 뜻이다. 의역하면 반항하지 말고 어른 말씀을 고분고분 잘 듣고 살라는 것이다.

멋지게 차려 입고 아름다운 칸초네를 우아하게 부를 것만 같은 이탈리아에서 왜 이런 파격적인 그룹이 우승했을까. 그만큼 젊은이들이 자국의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지만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많은 수가 고향을 떠나 해외취업을 택하고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 ISTAT과 여러 일간지들에 따르면 현재 약 420만 명 가량의 이탈리아 국민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가량인 208만 명은 20세에서 34세 사이 젊은 세대이다. 이들 중 ‘3분의 1’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이기도 하다.

지연, 혈연이 있어야 취업과 승진에 유리하고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거기에 관습을 고수하고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거부한 기성세대와 낡은 사회 시스템에 낙담한 젊은이들이 자국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타국으로 떠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정면 비판한 마네스킨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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