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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인 주주 겸 대표이사의 횡령, 어떤 책임을 질까?

[칼럼] 1인 주주 겸 대표이사의 횡령, 어떤 책임을 질까?

기사승인 2021. 03.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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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변호사
박흥수 조세 전문 변호사.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온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겨울이 조금씩 물러나는 줄도 모르고 지냈는데 길거리에 초록색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을 보니 봄이 찾아온 것이 분명해보인다. 봄이 오니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이처럼 설레는 봄날이었던 어느 날 몇 년 전 회사를 차려 제법 잘나간다는 친구 K로부터 갑작스런 전화가 걸려왔다. 사무실 옆을 우연히 지나가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고는 했으나 광화문 골목집에서 간재미 무침에 막걸리 한두 병이 비워갈 즈음에는 그가 우연히 찾아온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K는 주식회사를 차려 100% 주식을 보유하면서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었고 그 회사는 소위 ‘대박’이 났다. 그러다 보니 승리감에 도취된 K는 잠시 무엇에 씌었던 것인지 회사 돈을 상당부분 개인적인 주택구입, 자녀유학비 등 용도로 마음대로 사용해버린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K의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대표이사이던 K의 자금유용행위가 밝혀지고 만 것이었다.

결국 K는 업무상 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을 뿐만 아니라, K가 불법 사용한 금액 상당액은 회사의 익금으로 산입돼 법인세가 추가 과세됐고 그 금액 상당액은 대표이사였던 K에게 추가로 상여처분돼 K는 그 금액 상당액에 대해 소득세를 추가 납부하게 됐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K가 다 써버려 이미 없어진 돈을 마치 법인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처리해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하고, 다시 그 돈을 대표이사인 K가 상여금으로 가져간 것으로 처리해 K에게 소득세를 추가 부과했다는 것이다.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게진 K는 “무슨 수가 없겠느냐”며 필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1인 주주 겸 대표이사가 법인의 자금을 횡령한 경우 이를 감시·감독할 만한 통제수단이 없고,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는 점, 횡령한 자와 법인의 의사가 동일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도 사실상 일치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처음부터 회수를 전제로 해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사외유출(상여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2010두16974, 2010.11.25.선고)

물론 예외적인 경우에는 달리 볼 여지도 있다는 판례(대법원 2008.11.13.선고 2007두23323판결)도 있지만 K의 경우에는 적용되기는 어려워보였다.

왜냐하면 K는 금전을 횡령할 당시 회사의 1인 주주 겸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회사를 실제로 단독으로 지배하면서 경영하고 있었으므로 피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 이러한 횡령행위를 회사의 내·외부에서 적어도 통제 내지 감시·감독할 만한 소액주주 내지 감독기관이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K의 횡령행위로 인해 회사에게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이 K를 상대로 실제 행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00% 주주이자 대표이사의 행위를 누가 막을 수 있었겠는가.

한편으로는 K와 유사한 경우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회삿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면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사용한 돈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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