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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 중국인이 중국인을 때릴 수밖에 없는 이유

[여의도 칼럼] 중국인이 중국인을 때릴 수밖에 없는 이유

기사승인 2021. 03. 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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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에 전운 감도는 것은 불가피
‘중국인은 중국인을 때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1936년 제2차 국공합작을 성사시키기 직전에 처음 내세운 말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2019년 1월 2일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서신’ 발표 40주년 기념식을 통해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중국과 대만 양안(兩岸)의 중국인들은 같은 동포이므로 피를 보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 말은 불구대천(不俱戴天)이라는 성어까지 낳은 중국의 전통적인 보복 기질을 만날 경우 완전 의미가 퇴색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멀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당선으로 끝난 2016년 1월 대만 대선 때만 상기해도 좋다. 당시 차이 총통은 당선 기념연설에서 예상대로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 원칙을 강조했다. 중국이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보란 듯 비웃은 것이다. ‘대만 독립’에 대한 열망을 분명히 밝혔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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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 중국측 해역에서 군사훈련 중인 인민해방군 항모 전단. 여차 하면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제공=제팡쥔바오(解放軍報).
중국이 가만히 있는다면 이상할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즉각 ‘중국인은 중국인을 때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 주석의 주도로 보복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선 한국에도 그랬듯 대만으로 향하는 관광객을 대폭 줄였다. 대륙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들에 대한 옥죄기에도 적극 나섰다. 대만 유학생들의 취업 역시 제한했다. 대만해협에 항공모함을 보내 군사적 위협을 가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미·중 갈등의 격화에 따른 어부지리로 대만의 대미관계가 급격히 좋아진 2019년 7월 이후의 보복조치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대만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2억 달러 상당의 최신형 미국제 무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국민의 대만관광 전면금지 조치를 실시하는 보복을 가한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중국인은 중국인을 때릴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2020년 1월 차이 총통이 재선됐을 때는 진짜 실행에 옮기려고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는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해다. 중국으로서는 어떻게든 통일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는 대만의 입장은 완강하기만 하다. 대화조차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하기야 조 바이든 대통령 정권 하의 미국이 대만 방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천명하니 그럴 수도 있다.

강대강(强對强)의 대치는 필연적으로 충돌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대만해협의 전운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해서는 곤란하다. 미 해군의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 사령부 사령관이 지난 9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은 대만을 6년 내에 침공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사실은 결코 괜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과연 언제 대만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강행할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분위기로 보면 당 창당 100주년인 7월 1일 전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전면 공격을 하지는 않더라도 대만인들이 느낄 위협의 강도가 고조될 무력시위를 감행할 수는 있다. 이 경우 대만이 강력 반발해 국지전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중국인은 중국인을 때린다’라는 말이 완전한 현실이 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중국 역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개입하게 되면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보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자제해야 할 이유 역시 만만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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