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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파리 떠나 U턴한 프랑스 청년을 통해 본 시대상

[월드&]파리 떠나 U턴한 프랑스 청년을 통해 본 시대상

기사승인 2021. 03. 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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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월세, 생활비에 비해 부족한 임금
-코로나19로 주거 공간에 대한 가치 인식도 변화
파리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코로나 대유행 이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는 스위스 취리히와 함께 물가 비싼 도시 공동 1위에 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
지방에서 올라온 샤를 씨는 석사 졸업 후 취업해 파리에 살겠다는 꿈을 2017년 이뤘다. 샤를 씨가 일하던 은행은 신개선문이 있는 파리의 계획도시인 라데팡스에 있었다.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재무학 석사과정을 밟으며 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샤를 씨는 1200유로(한화 156만원)를 받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월급은 세후 2050유로(한화 266만원)로 올랐다. 파리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파리 물가를 고려해 보너스를 별도로 받고 교통비도 50% 지원받지만 저축을 할 만큼 여유롭진 않았다.

석사과정을 마친 샤를 씨의 급여는 잡코리아가 3월 초 공개한 올해 우리나라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4121만원·월 343만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은행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5천만원을 넘는다.

2021년 기준 프랑스 최저임금은 주 35시간 근무 기준 세전 월 1554유로(한화 207만원), 세후 1231유로(한화 164만원)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1시간당 세전 10.25유로(1만3700원)가 된다. 지난해에 비해 약 1% 오른 금액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도 한국 못지않게 청년들의 삶이 팍팍하기만 하다. 집값 부담이라는 높은 벽 앞에 허덕이다 결국 더 나은 ‘삶의 질’을 찾는 샤를 씨는 프랑스 젊은이들을 대변하고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2020년 9월 발표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가 스위스 취리히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내놓는 가장 비싼 생활비 도시 순위는 의류·담배·여가 부문 등 가격을 취합해 정해진다.

“파리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파리 생활이 즐거웠어요. 자연스레 파리에서 직장을 구하게 되었죠. 집값에 비해 방이 좁고 정원이나 발코니가 없었지만 파리에서의 삶은 행복했어요. 그러나 그건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이었죠.”

몇 달간의 코로나19 봉쇄령은 샤를 씨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꿨다. 파리에서 일한 지 4년 째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했고 프랑스엔 봉쇄령이 내려졌다. 대유행 상황에서 파리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다. 샤를 씨는 파리의 갑갑한 생활보다 반려견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집, 봉쇄 속에서도 편안한 집을 원했다. 그는 “파리에서 맞은 첫 봉쇄는 정말 잔인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좁은 집에 두 달 동안 갇혀있는 것은 괴로웠어요. 이때 파리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어요”라고 돌아봤다.

샤를 씨는 파리에서 일명 ‘하녀방’이라고 불리는 오스만 양식의 건물 꼭대기인 6층에 엘리베이터도 없이 살았다. 18㎡(약 5.5평)였던 원룸은 한 달 650유로(한화 84만원) 월세에다 난방비와 가스비 등은 별도였다. 오래된 건물이어서 난방 효율성이 나빠 겨울엔 가스비 부담이 컸다. 때론 주거비용이 한화로 1백만 원을 넘기도 했다. 파리 원룸은 산책이 필요한 반려견과 함께 살기에 최악의 조건이었다.

“파리 생활의 매력이 모두 단점으로 보였어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어요. 결국 2020년 7월부터 서부 프랑스 지역에 이력서를 내기 시작했어요.”

외출 금지, 좁은 원룸에서의 재택근무, 고밀도의 도시에 염증을 느낀 샤를 씨는 경력직으로 지방의 은행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샤를 씨는 2번의 탈락 끝에 파리에서 400km 떨어진 낭트의 한 은행으로 이직했다. 이직한 도시에서 샤를 씨가 계약한 주택은 파리 원룸보다 약 4배 넓은 70㎡다. 월세는 파리 원룸보다 80유로 많은 730유로(한화 95만원)다. 방이 2개에 100㎡나 되는 정원도 있어 반려견이 맘껏 뛰놀 수 있다.

“낭트에서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어요. 낭트도 대도시 중 하나지만 낭트에서 차로 15분 걸리는 근교에 살고 있어요. 조용한 근교 주택에 살지만 언제든 원한다면 도시에 접근할 수 있어요. 처음 살아보는 지역이라서 매주 새로운 마을, 해변, 숲, 포도밭, 산책길을 발견한답니다. 낭트로 이사오자마자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꼈어요. 직장도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게 됐고 직책도 더 높아졌죠. 낭트로의 이직은 올해 내게 일어난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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