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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선 안보회의 중국에선 외교장관회담

[사설] 미국선 안보회의 중국에선 외교장관회담

기사승인 2021. 03. 3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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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장관이 3일 전용기를 타고 대만과 가까운 중국 푸젠성 셔먼으로 가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북핵과 시진핑 주석 방한, 미·중관계 등을 논의한다. 공교롭게도 한·미·일 안보실장은 2일 미국 메릴랜드 주 해군사관학교에서 대북정책을 최종 조율하고 중국 견제 문제를 협의한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 낀 형국인데 모습이 위험한 줄타기와 같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후 4개월 만인데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상황에서 외교장관이 미국을 제쳐놓고 중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중은 대만 문제를 두고도 갈등을 빚는데 정 장관이 대만 코앞에서 중국과 회담하는 것도 보는 시각에 따라선 미국을 불편하게 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의제는 대북정책 조율, 중국 견제 위한 동맹 간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 공동번영 등인데 크게 보면 북한 압박과 중국 견제가 핵심이다. 미·일은 최근 국무·국방 2+2회담에서 중국을 역내 안보불안 요소로 지목했는데 자칫 한국이 중국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국은 동맹인 한국이 ‘반중전선’에서 이탈한다고 여길 게 분명하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밀착하지 않겠다는 말을 정 장관의 입을 통해 듣고 싶어 할 것이다. 정 장관은 한·미동맹에 금이 갈만한 말과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 지난 2017년 중국은 한국이 사드(THAAD)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등 3불을 약속했다고 우기는데 우리는 이를 부인한다. 이런 혼선이 또 생겨선 안 된다.

정 장관은 역사·문화공정 등과 관련 중국에 대해 할 말도 해야 한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중국의 말만 듣고 온다든지, 한·미관계를 불편하게 하는 신호를 보낸다면 왕이를 만나지 않은 것만 못 하다. 미국에서 한·미·일 안보실장이 중국 견제 목소리를 내고, 중국에서는 정 장관이 왕이에게 중국에 유리한 목소리를 내는 최악의 사태는 없어야 한다. 줄타기 외교가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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