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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한화그룹 3세들이 받게 된 ‘주식 성과급’, ‘승계 지렛대’ 역할 할까

[마켓파워] 한화그룹 3세들이 받게 된 ‘주식 성과급’, ‘승계 지렛대’ 역할 할까

기사승인 2021. 04.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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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최초 RSU제도 도입 1년
김동관 5만주·김동원 39만주 확보
각각 2030년·2027년 권리행사 가능
해마다 꾸준히 수령땐 지배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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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한화그룹이 지난해 도입한 ‘주식 성과급’ 제도가 한화그룹 3세들이 지분을 확보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약 5만주의 한화솔루션 주식을 성과급으로 받게 됐다. 현재가치는 약 25억원이며, 지급시기인 2030년 1월의 가치는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도 현재가치 13억원 수준의 39만주의 한화생명 주식을 2027년 받을 예정이다.

‘주식 성과급’이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말한다. 한화그룹이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도입한 성과급 체계다. 주식을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무상 지급 가능한 데다, 주총 결의를 거치지 않아도 돼 한화그룹 3세들의 지분 확보의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일정 수준의 실적만 꾸준히 올리면 매년 주식이 무상 지급된다는 점에서 지분 확대에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등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 4곳이 지난해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RSU를 대표이사 등 전무급 이상 임원들에게 지급했다.

국내 대기업 중 RSU를 도입한 것은 한화그룹이 처음이다. RSU는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상으로 주고, 일정 기간(한화그룹의 경우 7~10년)이 지나면 실제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다.

RSU는 ‘주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장기성과연동형 주식보수(PS)’나 많은 대기업들이 시행 중인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과 다르다. PS는 성과급을 주식수로 책정하는 것으로, 실제 지급은 해당 주식수의 지급시점 가치를 계산해 ‘현금’으로 지급된다. 또 스톡옵션은 ‘미래에 회사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을 직접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RSU는 약정기간 내 매매가 금지되지만 주식이 ‘직접 부여’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약정기간 후에는 일반 주주와 마찬가지로 주식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한화그룹 측이 밝힌 RSU 제도 도입 배경은 “임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임원들은 자신의 임기 동안 가시화할 수 있는 단기 성과를 내는 데에만 급급하기 쉬운데, RSU 성과급 제도로 주식을 7~10년 후 받도록 함으로써 장기적인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화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한화그룹 3세들이 포진해 있고 이들이 RSU를 통해 약 10년 후 상당량의 주식을 지급받게 되면서 한화그룹이 RSU 제도 시행을 통해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원들의 장기 성과 유도와 더불어 한화그룹 3세들의 지분확보 ‘서포터’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RSU 제도 시행이 본격화됨에 따라 김동관 사장은 RSU로 4만9658주의 한화솔루션 주식을 2030년 1월 지급 받는다. 차남 김동원 전무도 한화생명의 RSU 39만3144주를 받게된다. 김 전무는 현재 보유한 한화생명의 지분 30만주(0.03%)보다 많은 주식을 1년 간의 성과급으로 받게 되는 셈이다.

한화그룹 3세들이 재직 중인 계열사에서 해마다 RSU를 통한 ‘주식 성과급’을 꾸준히 수령하게 될 경우 2030년 이후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옵션가로 주식을 사야 하는’ 스톡옵션과는 달리 RSU의 경우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주식이 무상 지급된다. 또한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이사보수한도액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김동관 사장의 경우 올해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사내이사를 맡는다. 다시 말해 RSU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식을 받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RSU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RSU를 통한 성과보상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자사주 취득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에 대한 성과보상’ 목적으로 자사주 2만7658주를 11억원을 들여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주요 임원에 대한 RSU 성과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RSU제도를 도입한 한화그룹 계열사의 관계자들은 “RSU를 지급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실적 등 성과와 연동돼 있다는 점 외에는 인사와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46%로,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6.35%)보다 소폭 올랐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4%로, 5년 평균 영업이익률(2.12%)보다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5년 평균 영업이익률 수준의 실적만 꾸준히 올리게 되면 RSU는 해마다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지배구조 전문가인 한 경영대학 교수는 “RSU 제도를 시행 중인 미국 기업들의 경우 ‘임직원’ 보상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한화그룹은 대표이사 등 임원 보상 제도로 활용하고 있어 차이를 보인다”며 “(만일 해당 제도가 승계용으로 활용된다면) 성과급 형식으로 주식의 무상 지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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