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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막말 정치

[아투 유머펀치] 막말 정치

기사승인 2021. 04. 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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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천지신명이시여!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막말과 거짓말을 일삼았으면 마스크로 입을 틀어막고 살게 했겠습니까. 날이면 날마다 얼마나 서로 미워하며 지지고 볶고 싸웠으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살게 했겠습니까. 나쁜 짓을 얼마나 많이 했으면 어딜 가나 손 씻고 소독하게 했겠습니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얼마나 화통을 달구고 살았으면 가는 곳마다 체온을 재고 열을 체크하라고 했겠습니까.

얼마나 못 미더웠으면 출입구마다 연락처를 적게 하고, 네 명 이상은 식당에 모여 밥도 먹지 못하게 했겠습니까.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고 상식과 양식이 통하는 평범한 세상으로 이끌어주소서... 코로나19 전염병의 창궐이 낳은 세태풍자 유머이다. 그렇다. 코로나19는 인간의 탐욕과 방종에 대한 신의 형벌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도 막말과 망언을 더불어 해대는 무리가 있다.

작금의 이 나라 정치판에 난무하는 독설과 허언은 국민을 얕잡아보고 신의 경고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보궐선거에 정치적 사활이 걸려서인지 그 증세가 더 악화된 양상이다. 책임 전가의 유체이탈 화법과 블랙코미디 같은 허위 언설이 사회 갈등과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공인과 정치인들이 분별없는 이기적 망발로 천박한 사회를 조장하는 악령이 되어가고 있다. 천지 신명의 분노도 아랑곳 없다.

1850년대 미국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정적이었던 민주당의 스티븐 더글러스는 터무니없는 말로 링컨을 몰아붙였다. 합동연설회에서 링컨을 이중인격자라고 공격한 것이었다. 그러자 링컨은 “내가 정말 두 얼굴을 가졌다면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왜 하필 못 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라는 응대로 환호성을 받으며 오히려 유세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어쩌다 한 번이라도 좋다. 우리에게 이런 재치와 여유 있는 정치적 유머는 요원한 것인가. 품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상식은 짓밟지 말아야 한다. 정치개혁가 새뮤얼 스마일스는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된다”고 했다. 인격(人格)은 언격(言格)인 것이다. 요설을 일삼는 시대착오적 마키아벨리스트를 척결하지 않고는 국격을 세울 수 없다. 깨어있는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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