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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정권 심판’ 바람 속 체면 구긴 박영선

거센 ‘정권 심판’ 바람 속 체면 구긴 박영선

기사승인 2021. 04. 0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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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朴 37.7% vs 吳 59.0%
與 당 지도부 책임론 속 비대위 체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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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1층에서 입장 발표를 한 뒤 굳은 표정으로 당사를 떠나고 있다. /이병화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61)가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광역단체장 선출을 외쳤던 박 후보의 정치 도전도 낙선과 함께 멈춰 섰다.

7일 방송3사(KBS·MBC·SBS) 공동출구조사에서 박 후보가 큰 격차로 참패하자 당사 개표 상황실은 짙은 침묵에 휩싸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밤 8시 15분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 TV에서 37.7%의 박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59.0%)에 크게 뒤질 것이라는 예측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개표 시작 전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 격차, ‘역전극’을 기대했던 지도부는 ‘완패’를 직감한 듯 탄식조차 내지 못했다.

일부 인사들은 접전 지역에서의 막판 뒤집기를 기대하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대부분 무거운 분위기 속에 개표방송 화면만 응시했다. 박 후보 캠프 대변인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개표 상황실에 있던 의원들은 대부분 자리를 떴다.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이낙연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은 부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심이 승리하기를 바라면서 끝까지 응원해주신 시민 여러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분들께는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겠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정치권은 박 후보의 패인을 개인의 ‘인물’이 아닌 외부 요인에서 찾고 있다. 지난 1월 출사표를 던진 박 후보는 애초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비위 사태라는 불리한 출발선에 섰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지도부의 강경 발언과 공공기관 임직원과 공무원들의 땅·부동산 투기 사태도 사실상 박 후보의 정책 이슈를 잠식하는 요인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4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박 후보 ‘인물론’이 정권 심판론 앞에서 좌초됐다.

박 후보의 낙선에 지역 유권자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40대 여성 유권자는 “박 후보가 중기부 장관으로서 해낸 공적은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기억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아까운 인물이 탈락했다고 본다. 선거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민주당의 참패에 깊은 정적에 휩싸였다.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에 집중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개 일정을 갖지 않은 가운데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부 회의를 등 주재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재보선 이후 국정운영과 관련해 필요한 수석실별로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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