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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징계 남발하는 금감원에 금융권 ‘흔들’…“경영 위축 우려”

과잉 징계 남발하는 금감원에 금융권 ‘흔들’…“경영 위축 우려”

기사승인 2021. 04.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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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중징계, 윤석헌 원장 취임 후 늘어
금융사 신사업·신시장 진출 지장
예탁원 제재심 제외·금감원 책임론 회피
'고무줄 잣대' 형평성 어긋나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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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감독당국 수장을 맡은 이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가 반복되고 있다. 이전 원장과 비교해 제재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피해 구제 노력’을 반영해 징계 수위를 경감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당국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 관련 제재심에서도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게다가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금융당국의 고무줄 잣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징계를 수용하지 못한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가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경영환경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더해 과도한 중징계 여파로 신사업과 새로운 시장 진출에도 부담이 가중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일 라임 판매은행인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한 제재심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문책경고 이상은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돼 ‘중징계’로 분류된다.

앞서 라임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 CEO는 박정림 KB증권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등이 있다. 아직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대한 제재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2분기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이 예정된 만큼 중징계를 받은 CEO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외에도 2018년 구성훈 전 삼성증권 대표가 유령 주식 사태로, 최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옵티머스 사태로 중징계를 받았다. 윤 원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금융사 CEO에 대한 중징계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전임 금감원장들이 금융사 CEO 중징계를 최소화했던 점과 비교된다. 9대 원장인 최수현 전 원장은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에 대해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부당 자금 지원으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중징계를 부과했다. 손경익 전 NH농협카드 분사장과 박상훈 전 롯데카드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중징계가 확정됐다. 당시는 저축은행 사태와 KB사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우리 경제를 뒤흔든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었다.

10대 원장인 진웅섭 전 원장은 관행적인 종합검사를 축소하는 등 금융사 경영 간섭을 최소화했다. 진 전 원장은 김창수 전 삼성생명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에 대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로 중징계를 결정했으나, 이후 재심의를 통해 경징계로 경감했다. 중징계를 받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미지급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하는 등 사후 수습 노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11·12대 원장인 최흥식·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각각 재임 기간이 6개월과 보름 정도로 짧아 별다른 제재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 취임 후 금융사 CEO에 대한 중징계가 늘어나면서 경영 혼란을 야기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의 제재는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과 신사업 확대에도 제약으로 적용한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이 어려워지는 데다가 M&A도 일정 기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손실이 확정된 라임 펀드 투자자들에게 원금 100%를 배상하고 분쟁조정안도 수용했지만,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유지됐다. 금감원이 피해 구제 노력을 징계 감경 사유로 인정하겠다고 밝히며 소비자 구제책 마련을 유도한 것과 달리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감경은 없었던 셈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DLF 사태와 관련한 피해 구제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제재심에서 중징계가 확정돼 현재 징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또한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을 대상으로만 제재심을 열고 예탁원은 제외하는 등 형평성에 어긋나는 ‘고무줄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관리 감독의 책임을 지지 않는 점도 ‘사태의 책임을 금융사에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

반면 금감원 사모펀드 사태 책임론에 대해 윤 원장이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그것을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 순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금융사들은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중징계가 확정되면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영에 집중해야 할 CEO들이 소송에 휘말리게 된 점도 금융사의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징계를 두고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소송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징계를 납득할 수 있어야지 금융사도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사항을 전부 수용한 손 회장이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어느 금융사가 선뜻 피해 구제에 나서겠냐”며 “경영 혼란이 야기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CEO 제재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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