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롯데온 수장에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이 선임됐다. 롯데가 나 본부장을 롯데온 수장으로 내정한 지 약 2주 만이다.
이로써 롯데온은 지난 2월 조영제 e커머스 사업부장이 사임한 지 한 달반 만에 새로운 대표를 맞이하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은 나 본부장을 12일 자로 롯데온 대표 부사장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사는 이미 났고 나 부사장은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달로 출범 1년을 맞는 롯데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e커머스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적표를 받아 들지 못했다. 네이버와 쿠팡이 이끄는 시장에서 오프라인 유통 최대 경쟁자인 신세계 그룹의 SSG닷컴에조차 경쟁력 열세를 보이는 등 업계에서는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못해왔다.
무엇보다 지난 2월 조영제 e커머스 사업부장의 사임은 롯데온의 1년 성과가 신 회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롯데그룹은 기존 롯데쇼핑 사업 부문 중 유일하게 전무급이었던 e커머스 사업부문장을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롯데온 성장 전략과 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나 부사장은 국내에서 오픈마켓의 강자로 꼽힌 이베이코리아 출신인 데다 1996년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입사해 롯데닷컴 창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2007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으로 간편결제 시스템인 ‘스마일페이’와 전용 신용카드인 ‘스마일카드’ 등의 사업을 담당했던 만큼 롯데온의 변화를 빠르게 이끌어 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롯데그룹 입장에서 롯데온을 중심으로 한 e커머스 사업 육성은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 만큼 나 부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나 부사장이 신 회장의 기대만큼 롯데온을 빠른 시간 안에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온 거래액이 지난해 7조6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20조원이 넘는 쿠팡 등 업계 선두 그룹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7개 쇼핑계열사를 한곳에 단순히 모아둔 종합 온라인 쇼핑몰 형태의 현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의 거래액 집계 방법도 다른 기업들과는 차이가 있어 실제로 롯데온의 거래액이 7조원이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완주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롯데그룹의 e커머스 사업의 방향성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시장에서는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