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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보험소비자 소외된 실손 전산청구 논의

[취재뒷담화] 보험소비자 소외된 실손 전산청구 논의

기사승인 2021. 04. 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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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지점을 얼마나 자주 방문할까요? 요즘은 굳이 지점을 찾지 않아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면 필요한 금융 업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종이 서류’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입니다. 보험 가입자들은 매번 필요한 서류를 직접 챙기며 번거로움을 겪었습니다. 10년 동안 변함없이 말이죠.

이는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 때문입니다. 12일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또 다시 충돌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관련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이번에도 이견만 확인한 자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문제는 10년 가까이 논의돼 왔습니다. 우선 보험업계는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를 할 때 번거로움을 느끼고 있고, 병원과 보험사 모두 불편함과 비용을 들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사람이 병원을 직접 찾아가 종이 서류를 발급받고, 보험사에 팩스나 설계사를 통해 제출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낀 일부 소비자는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필요 서류를 스마트폰 앱으로 접수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가 서류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합니다. 이렇다보니 대부분 팩스나 직접 제출을 하는 상황이죠. 보험사 입장에서도 앱으로 올라온 서류를 일일이 다시 화면에 띄워놓고 심사해야 합니다. 앱은 내놨지만 업무 부담은 그대로인 셈입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의료기관에 의무를 강제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관련 정보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일각에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염려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점차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은 이미 심평원이 자료 전송 업무를 맡고 있지만 보험금 지급 거절이 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현재 핀테크를 통한 보험금 전산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도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미 해소된 것으로도 보입니다. 소비자단체도 보험업계를 지지하고 있죠.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약 3800만명입니다. 수많은 가입자가 매번 필요 서류를 마련하고 청구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청구 전산화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10년 동안 논의가 이어져왔지만, 당사자인 보험소비자의 입장은 배제돼 왔습니다. 기술이 없어서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제는 논의의 종지부를 찍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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