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지난달 31일 관련사건 유죄 판결 검찰·변호인 측에 의견 물어 재판장 "다른의도 전혀 없다…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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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형사36부 전원은 헌법 103조가 정하는 법관입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각자가 판사로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뿐입니다.”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2·사법연수원 16기)의 재판이 3개월 만에 재개된 가운데,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각종 의혹에 입을 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임 전 차장 재판은 이미 89차 공판까지 진행된 상태지만, 재판부는 향후 심리에 필요한 준비를 위해 이날 재판을 공판준비기일로 지정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는 만큼 임 전 차장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사법농단 의혹 첫 유죄 판결 선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는 공판준비명령을 내렸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에 피고인의 의견을 묻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임 전 차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병세 변호사는 이날 이와 관련해 “공판준비명령은 판결 선고가 어떤 의미로 여겨질 수 있는지, 실제로 검사와 피고인 측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지를 물었지만 과연 적절한 질문인지에 의문이 든다”며 “이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고인 측이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해 말씀드릴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 변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에 관해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 10명을 초청해 면담했고, 윤 부장판사가 이 자리에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한 매체의 단독 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냈다.
이 변호사는 “해당 보도 내용은 피고인 측에서 우려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최근 임성근 부장판사와의 (사표를 둘러싸고 나눈) 면담과정에서 보인 태도, 속으로는 임 부장판사의 탄핵을 바라면서 겉으론 전혀 찬성하지 않는 것 처럼 하는 태도에 비춰봤을때 중형을 선고하라는 대법원장의 의중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부 구성원 모두 몸과 마음이 지친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 변호인이 관련사건 판결 의미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를 고민했다”며 “재판은 재판부에 대한 신뢰 속에서 진행돼야하기 때문에 이 법원은 소송관계인들로부터 그 신뢰를 얻고자 했을 뿐 따른 의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편 형사36부의 윤 부장판사와 배석 송인석·김용신 판사는 지난 2월 법원정기인사에서 전원 유임됐다. 윤 부장판사는 올해로 6년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유임된 것으로 일각에서는 김명수 코트의 ‘코드 인사’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