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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울릉군, 담당자는 ‘출타중’

[기자의눈] 울릉군, 담당자는 ‘출타중’

기사승인 2021. 04. 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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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부 조준호 기자
“담당자가 출타 중이라서 복귀하면 연락드릴게요.”

흔히 민원 때문에 울릉군청을 방문하거나 통화 때 자주 듣는 멘트다.

군청 행정 중 업무의 시작은 담당 공무원에서 시작된다. 결재란을 보면 담당-팀장-과장-국장(소장)-부군수-군수 이렇게 이어진다.

업무에서 총괄 업무 담당이 어느 선부터 인지 뚜렷하지 않지만 대략적 과장급부터 총괄 위치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울릉군은 주민 인구수 대비 공무원 정원이 전국 최고다. 인구 9000여명에 공무원은 400여명으로 공무원 1인당 주민 담당 인구수는 약 24명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소한 민원 업무 시에도 담당자가 출타하면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행정조직이란 게 아이러니 하다. 물론 취재 시에도 느낀다. 사업 등의 질문에 팀장보다 오히려 담당자가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그 자리에서 처음 접한 이야기처럼 같이 설명을 듣고, 질문하는 팀장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과장이 팀장보다 오히려 담당자와 소통하며 업무를 챙기기도 한다.

팀장이란 직급은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아니라 업무 책임자이다. 담당자만 알거나 추진하는 업무가 없어야 하는게 정상적이다. 반론적으로 팀장부터 총괄 책임자라면 담당자만이 오로지 업무를 기획, 추진하는 행정이 된다. 나머지는 모두 결재권자란 소리다.

한 공무원은 “어떤부서는 담당자가 없으면 일이 안되는 부서도 있는 경우도 있다”며 “물론 업무 능력이 뛰어난 팀장 이상 공무원도 있지만 새로운 사업에 문서조차 못 만드는 공무원(팀장 이상)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대략적으로 팀장급이면 10년이상 근무한 경험과 노하우로 하부 공무원을 관리하며 다독이면서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지만 몇몇 팀장은 총괄 책임자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오죽하면 그 팀장 밑에 일하기 싫어 인사이동이나 병가 등을 요구하는 공무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울릉군은 2018년 9월 1일부터 담당제에서 팀제로 전환했다. 군은 행정과 민원업무에 탄력있고 기동력 있는 조직으로 변화를 꾀하기 위해 명칭을 변경했다. 주민체감 효과는 글쎄다.

군의 직급별 정원 현황(2월17일 기준)을 보면 팀장이하 공무원 정원 대비해 7급은 27명, 8급은 19명이 적다. 이와 반대로 9급은 39명이 정원보다 많은 기형적인 구조다.

공직경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9급 공무원이 많은 구조상 군정 6급 공무원, 87명의 경험과 노하우가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하급 공무원에게 세세히 업무를 가르켜야 한다. 하지만 팀제로 전환해도 민원 시에 담당자 출타 핑계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하급 공무원은 청소부터 책상, 의자 옮기기, 대민지원, 차 심부름 등의 사소한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팀장 이상의 공무원이 이런 업무를 하는 모습이 보기 힘들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담당자의 출장이나 뭍의 출타, 병가 등을 달갑게 생각치 않은 조직문화가 만들어 지고 있는지 반문해본다.

팀장은 조직의 중간 간부이면서 업무 책임자다. 울릉군을 지탱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핵심인력이다. 군정체질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팀장급 공무원의 의식개혁과 업무능력 향상이 시급한 과제로 생각된다. “요즘 얘들은~”, “나 때는~” 언제까지 하급 공무원 탓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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