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정세균, 총리 퇴임 사흘 만에 에세이집 발간 “문 대통령과 통화 중 왕왕 실망”

정세균, 총리 퇴임 사흘 만에 에세이집 발간 “문 대통령과 통화 중 왕왕 실망”

기사승인 2021. 04. 19. 18:2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정세균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오후 이임식을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퇴임한지 사흘만에 에세이집을 발간하고 본격 대권 행보에 들어갔다. 정 전 총리는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만큼 그의 에세이집 발간이 여권 대선 주자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 전 총리는 에세이집에서 그동안 정부부처의 책임자로서 말을 아껴야했던 미묘한 사안에 대해 가감 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00쪽 분량의 저서 ‘수상록: 정세균 에세이’를 20일 출간한다. 정 전 총리는 에세이집에서 경어체와 구술체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하나의 주제를 다룰 때도 1~2페이지 정도를 넘지 않아 짧은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책의 특징은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 아닌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꾸려졌으며 최대한 정 전 총리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MZ세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표심을 겨냥해 민감한 정치 사안도 쉽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본래 이보다 앞서 출간될 계획이었지만 총리로 임명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정 전 총리는 재임 중 방역 지휘의 최전방에 선 만큼 이 경험을 추가해 퇴임 직후 출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코로나 방역사령관으로 일한 경험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을 돌보는 책임자로서의 경험과 지난 30년 정치 인생을 돌아보는 내용도 담겼다.

책의 서두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한국 사회를 ‘정치과잉 초갈등사회’로 정의하고 “리더가 결단력을 갖고 신뢰회복과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에 관해서도 명확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아이들을 나무랄 때도 여러 사람 앞아서 공개적으로 하면 반발심을 일으킨다”며 “적폐청산이 너무 시끄럽고 요란해서는 오히려 적폐청산에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권이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불리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갈등에서 추 전 장관을 지원해 윤 전 총장을 몰아세우던 당시의 여권의 전략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셈이다. 보수층의 대권 표심이 윤 전 총장에 쏠리고 있는 만큼 그들의 돌아선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적극적인 제스쳐로 분석된다.

여권 잠룡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대목도 눈에 띈다. 정 전 총리는 그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한두 번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할 수 없다”며 “그래서 기본소득 실험은 있었으나 제도화한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복지제도를 잘 정비하면서도 고통이 있고 국민의 눈물이 있는 곳에 국가의 재정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투기 억제 위주의 규제정책에서 공급을 대폭 늘리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총리로서 대통령께 건의했다”며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정책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을 규제 일변도로 가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민심이 돌아섰던 부분으로 자신의 생각은 그와 달랐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경청은 잘 하시지만 짠 분”이라며 “희망을 걸고 전화했지만 실망을 체험하는 일이 왕왕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도 “위기에 강한 면모 덕분에 국민들이 (문 대통령을) 신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퇴임 후 일정으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를 찾았다. 그는 자신의 SNS에 “오늘 찾아뵌 이유는 다시 김대중으로 돌아가기 위한 다짐”이라며 “국민을 떠난 새로움은 없다. 다시 국민께 엎드려 그 뜻을 헤아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회초리는 사랑으로, 그 큰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