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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성곽 따라 한나절 걷기여행...수원화성

[여행] 성곽 따라 한나절 걷기여행...수원화성

기사승인 2021. 04. 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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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원화성
방화수류정에서 본 수원화성. 동북포루까지 굽이치며 이어진 성벽이 멋진 피사체가 된다./ 김성환 기자
요즘 수원화성이 걷기 좋다. 성곽 따라가는 길에 봄볕이 가득하고 나무는 신록을 잔뜩 머금었다. 성문 앞 잔디밭에는 푸릇푸릇 생기가 돈다. 수원화성은 둘레가 5.7km다. 팔달문(남문) 주변의 약 300m 구간을 뺀 나머지가 다 이어지고 성벽을 따라 산책로도 잘 정비됐다. 3~4시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다. 아직은 순한 바람이 불고 진이 빠질 정도의 오르막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걷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나절 여행지로 괜찮다.

여행/ 수원화성
수원화성 용연. 가운데 보이는 누각이 방화수류정이다./ 김성환 기자
◇ ‘인증샷’ 명소...장안문~화홍문~방화수류정~연무대~창룡문

경기도 수원은 서울에서 전철로 갈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주차장이 있는 곳이 편하다. 장안문(북문), 동장대(연무대), 화성행궁 인근에 너른 주차장이 있다. 수원화성의 정문은 장안문(북문)이다. 보통은 남문이 정문이 되지만 한양에서 수원으로 향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장안문이 정문이 됐다. 언뜻 보아도 당당하다. 홍예문(윗부분이 무지개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어진 문) 위에 2층 누각이 서 있는데 웅장함이 서울 숭례문(남대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대문 바깥에 원형의 옹성이 둘러진 것이 새롭다.

장안문~화홍문(북수문)~방화수류정(동북각루·보물 제1709호)~동장대(연무대)~창룡문(동문) 구간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수원화성의 동북쪽 성곽이다. 여기는 ‘인증샷’ 찍기 딱 좋은 구간이다. 특히 방화수류정, 용연, 화홍문 일대가 핫 스폿이다. 휴대전화기로 연신 사진을 찍는 연인을 쉽게 만난다. 방화수류정에서는 굽이치는 성벽도 잘 보인다. 게다가 대부분 평지여서 걷기도 편하다. 완주하는 데 약 1시간 잡으면 된다.

여행/ 화홍문
수원화성 화홍문. 일곱 칸의 홍예문 위에 돌다리를 놓고 누각을 세웠다./ 김성환 기자 .
방화수류정과 용연이 볼만하다. 방화수류정은 군사시설이다. 높이 20~30m의 용두바위 위에 세운 누각인데 평상시에는 주변 경치를 즐기는 정자로도 쓰였단다. 용연은 용두바위 앞에 있는 연못이다. 승천하던 용이 떨어져 죽은 곳이 용연이고 이때 잘린 머리가 용두바위가 됐다는 얘기가 전한다. 용연은 크지 않다. 그런데 가장자리를 에둘러 자라는 버드나무와 불쑥 솟은 바위 위의 누각이 어우러지니 우아한 멋이 있다. 밤 풍경도 참 예쁘다. 해가 지면 일대에 조명이 켜진다. 용연에 반영되는 달과 방화수류정은 수원화성에서 꼭 봐야 할 풍경으로 꼽힌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풍경을 음미하는 연인들이 많다. 사진동호인들도 애가 타서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한다. 용연에서 방화수류정을 올려다봐도 멋지고 방화수류정에서 용연을 내려다봐도 아름답다. 화홍문은 방화수류정 바로 옆에 있다. 수원천(川) 물길 위에 지은 수문인데 일곱 칸의 홍예문 위에 돌다리를 놓고 누각을 세웠다. 이곳 역시 군사시설이자 풍경을 즐기는 정자로 쓰였다. 안내문은 “수문을 지난 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풍경도 수원화성에서 꼭 봐야할 경치”로 소개한다.

여행/ 수원화성
장안문에서 동장대까지 구간은 완만한 평지다. 왼쪽에 보이는 누각이 동장대다./ 김성환기자
동장대 주변에선 시야가 탁 트인다. 너른 잔디밭도 펼쳐진다. 군사훈련을 여기서 했단다. 장수는 동장대에 올라서서 군사훈련을 지휘했다. 잔디밭에는 지금 국궁체험장이 들어섰다. 여기서는 창룡문도 보인다. 창룡문 앞에 헬륨 기구(氣球)인 ‘플라잉수원’이 운영 중인데 사람들은 기구를 타고 150m 상공에서 수원화성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본다. 창룡문 위에 둥그런 기구가 걸친 것도 이색적인 풍경이다.

여행/ 화서문
수원화성 화서문/ 김성환 기자
◇ 팔달산 능선 타고 트레킹...장안문~화서문~서장대

장안문~화서문(서문·보물 제403호)~서장대(화성장대) 구간은 사진 신경 안쓰고 가볍게 트레킹하기에 적당하다. 수원화성의 서북쪽 성곽으로 방화수류정 반대 방향이다. 화서문까지는 평지지만 이후 서장대까지 팔달산(128m) 능선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 구간은 숲이 우거져서 산성(山城)의 느낌도 난다. 방화수류정 일대보다 한갓지고 그래서 사색하며 걷기에 괜찮다. 능선을 오른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깔딱고개’라고 할만한 급경사는 나오지 않는다. 이 구간 역시 1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화서문은 장안문이나 팔달문(남문)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옹성을 두른 모습이 옹골차고 기품이 있다. 팔달산 꼭대기에 있는 서장대(화성장대)에서는 가슴이 후련해진다. 전망이 좋다. 그래서 군사 지휘소로 쓰였단다. 예전부터 수원 야경명소로도 입소문이 났다.

여행/ 서장대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 김성환 기자
서장대에서는 화성행궁도 내려다보인다. 행궁은 왕이 머무는 임시 궁궐이다. 전란으로 피신해야 할 때, 휴양을 위한 행차길에 왕이 묵었다. 화성행궁은 조선시대의 행궁 중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 건물이 21채나 됐단다. 일제강점기 때는 관청 건물로도 쓰였다. 한국전쟁으로 대부분 파괴됐고 지금은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1단계 복원작업이 이뤄졌고 현재는 2단계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다. 드라마 ‘대장금’ ‘이산’이 여기서 촬영됐다.

화성행궁은 ‘경복궁 축소판’이다. 경복궁에 비할 규모는 아니지만 궁궐로서 격식과 기품은 이에 못지않다는 평가다. ‘봉수당’을 보면 위엄이 느껴진다. 왕이 주로 머물던 곳으로 화성행궁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건물이 봉수당이다. 후원도 고상한 멋이 있다.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사람들은 화성행궁을 구경하고 서장대에 오르기도 한다. 30분이면 닿는다. 화성행궁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가족 나들이 코스로 괜찮다.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공방거리,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생가터, ‘수원통닭거리’, 행궁동 벽화마을이 멀지 않다.

여행/ 화성행궁
조선의 행궁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던 화성행궁/ 김성환 기자
여행/ 화성행궁
화성행궁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건물인 ‘봉수당’/ 김성환 기자
수원화성을 걷다 보면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수원화성은 22대 왕 정조(재위 1776~1800)가 명하고 다산 정약용이 설계해 쌓았다. 정조 즉위 당시에는 당파 싸움이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왕권은 약해졌다. 왕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기조차 힘들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추존 장조)의 능을 지금의 경기도 화성(융릉)으로 옮기며 왕권 강화의 상징으로 수원화성을 축조한다. 이를 기반으로 개혁을 이루려는 의지의 산물이 수원화성인 셈이다. 그래서 온 힘을 쏟았다.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거중기 같은 기계나 신기술도 대거 투입됐다. 1794년에 착공해 1796년에 완공된 수원화성이 짧은 공사기간에도 위엄이 서린 이유다. 수원화성이 완공된 후 정조는 매년 이곳을 찾았단다.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현경왕후)의 회갑연도 화성행궁에서 열었다.

여행/ 화성행궁
소나무가 울창한 화성행궁 후원/ 김성환 기자
수원화성은 복원된 문화재다. 그렇지만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만큼 원래의 모습에 가깝게 복원됐다는 의미다. 설계도와 건축 내용이 ‘화성성역의궤’에 철저하게 남겨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가볼 만하다. 걷기에도 좋고 역사여행지로도 흥미롭다. 야경도 아름다워서 볕이 더 강해지면 밤마실 코스로도 괜찮다. 주요 스폿을 운행하는 관광열차 ‘화성어차’를 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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