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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트남 찾은 헐크 이만수…“한국이 선도하는 야구 보급하고파”

[인터뷰] 베트남 찾은 헐크 이만수…“한국이 선도하는 야구 보급하고파”

기사승인 2021. 04. 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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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14일 간의 격리를 막 마치고 나온 이만수 감독은 차분한 얼굴이었다. 막 출범한 베트남 야구협회와 야구 보급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 감독은 막힘없이 열변을 토했다. 경기장에서 두 손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지르며 포효하는 모습에 팬들이 당시 인기를 끌던 ‘헐크’란 별명을 붙여준 이유를 짐작케 했다. 이 감독은 “지난 50년 가까이 야구인으로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제 그 사랑을 나눠줄 때”라며 “삶과 인생관을 바꿀 수 있는 야구를 라오스와 베트남에서 한국이 보급에 앞장서고 이어간다면 야구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낄 것”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도 베트남 야구협회가 출범했다.
“베트남 야구협회 출범 준비 등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1년 4개월 동안 준비한 일들이 A4로 1100페이지 분량에 이른다.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는 게 많은 사람보다 열정 있는 한 두 명만 있어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베트남에 야구를 보급하고 야구협회를 만든다는 것은 야구인들이라면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아니까 하지 않을 일이다. 그런데 이장형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교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함께 하게 됐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10일 베트남 야구협회(VBSF)가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야구협회 출범에는 이 감독을 비롯해 이장형(하노이 한국 국제학교 교사)·유재호(하노이 야구 순회코치)·이용득(VTC 온라인 부사장) 등 한국인들이 크게 기여했다. 초대 야구협회장으로 선출된 쩐 득 판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 국장은 창립총회에서 “협회 출범까지 물심양면으로 힘써준 한국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라오스에 이어 베트남 야구보급에 나섰는데.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을 하면서 감독과 선수들이 각종 봉사·사회공헌 활동을 쉬지 않고 하는데 크게 감명을 받았다. 나도 되돌려주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가보니 이미 야구는 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뭔가 빼앗기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하고 보니 베트남에도 아직 뭔가 없었다. 이장형 선생과 함께 나섰다. 60살부터 80살까지 인도차이나 반도 5개국에 야구를 보급하며 야구인으로서 받은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 내 마지막 꿈이다. 내 대에서 다 끝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누군가 이어갈 길을 닦아 놓는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베트남 야구는 어떻게 보는가
“여긴 이제 막 개척해서 시작하는 단계라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것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를 재밌게 할 수 있게, 야구장에 많이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야구 저변 확대가 가장 시급하다. 처음에 야구공을 던져주니 발로 차던 라오스도 이제는 학교장이 야구 엘리트 양성을 위해 찾아온다. 베트남은 그래도 라오스에 비해 얼추 15년은 앞서 있는 것 같다. 베트남이 한국과 문화가 많이 비슷한 것 같아 깜짝 놀라곤 한다. 긍지와 자부심,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기질이 야구에 있어선 참 희망적인 요소다.”

-야구가 이들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
“물론이다. 심신단련은 물론 협동정신도 기를 수 있다. 스포츠 중에 야구에만 ‘희생’이란 단어가 있다. 내가 아웃되는 희생 번트를 대고 동료를, 팀을 살리는 걸 처음엔 라오스 선수들이 이해를 못했다. 자기는 아웃 당하기 싫다더라. 대회에서 져도 마냥 뽀뻰냥(괜찮아) 하던 선수들이 이젠 경기에서 지면 울고 말도 안하고 그런다. 점점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욕심을 내는 것이다. 야구라는 운동을 하며 삶을 배울 수 있고 인생관을 세울 수 있다고 믿는다. 한번 라오스에서 겪었으니 베트남에서도 잘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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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야구협회(VBSF)가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쩐 득 판 초대 야구협회장(가운데)는 “베트남 야구협회 출범까지 물심양면으로 힘써준 한국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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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야구협회 출범 등 야구 보급에 힘쓰고 있는 이만수 감독(오른쪽)과 유재호 코치(왼쪽). 유재호 코치는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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