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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만에 뒤집힌 위안부 판결…한일 관계 악화일로 걷나

3달 만에 뒤집힌 위안부 판결…한일 관계 악화일로 걷나

기사승인 2021. 04. 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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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한일 위안부 합의' 권리구제 수단으로 볼 여지 충분해"
일본 측, 이번 판결 근거로 사죄·반성 거부할 우려도 있어
위안부 피해 2차 손배소, 입장 밝히는 이용수 할머니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이용수 할머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
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한·일 양국 간의 외교적 교섭 등으로 풀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위안부 문제는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1월 “일본의 불법 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위안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과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국가면제 적용 여부와 소송을 대체할 권리구제 수단 유무였다. 우선 재판부는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상대로 여러 유럽 국가가 낸 소송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과 우리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국가면제’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제 관습법상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본의 위안부 동원은 총독부가 지휘하고, 군이 관여한 전형적인 공권력 행사다. 사법적(私法的) 행위가 아닌 국가면제 대상인 주권적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2015년 이뤄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권리구제 수단 중 하나라는 점도 패소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외교적인 요건을 충족하고, 합의 결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피해자 상당수가 현금 지원을 받았다”며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등 내용과 절차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엄연한 국가 간 합의이며 그 효력을 상실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송만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외교적 교섭을 포함해 대내외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이번 판결을 이용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거부할 경우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이 엇갈린 판단을 내놓으면서, 우리 정부가 추후 일관된 논리로 일본을 상대로 협상하기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별도로 지난 1월 승소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으로부터 손해배상금을 지급받는 과정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고 배춘희 할머니 등 피해자 12명은 중앙지법에 “일본이 한국에서 소유하고 있는 재산 목록을 제출하도록 명령해달라”고 재산명시신청을 했다. 이번 재판에서 일본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서, 일본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 재산조회를 추가로 신청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한일 관계 복원을 막는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한일 관계가 개선의 계기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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