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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2의 스타벅스’, 스스로 성장하는 ‘골목’이 꿈을 꾼다

[칼럼] ‘제2의 스타벅스’, 스스로 성장하는 ‘골목’이 꿈을 꾼다

기사승인 2021. 04.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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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스타벅스’, 스스로 성장하는 ‘골목’이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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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관악구청장
도시의 작은 골목에서도 유명한 브랜드를 꿈꿀 수 있다. 세계 최대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시애틀 마켓의 작은 커피숍에서,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는 인구 8000명의 소도시 스웨덴 알름홀트에서 시작했다. 포틀랜드 골목의 신발 가게는 스포츠 브랜드 1위 ‘나이키’를 낳았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바로 지역만이 가진 환경과 스토리를 담아 지역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세계 굴지의 대기업을 키웠다는 점이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로 따뜻한 커피를 찾는 시애틀 문화, 1년의 절반이 눈보라인 척박한 시골마을에서 싸고 편리함을 강조하는 알름홀트의 실용주의, 걷기 좋은 도시에서 운동을 즐기는 포틀랜드의 활력 등 지역만이 가진 특색을 찾아 발전시켜 더욱 가치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1980년 이후 미국에서 상장한 기업의 절반 정도는 지역의 골목상권에서 시작했다. 이는 미국 지방정부가 도시를 분야별로 세분화하고 골목 단위의 활성화 정책을 수립해 지역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골목상권의 역량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한 새롭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는 창업을 지원하고 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육성하는데 적극적인 투자를 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골목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우리는 소상공인을 단순히 보호해야할 대상으로만 인식할 뿐 이들이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방정부도 우리 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을 되살릴 실효성 있는 정책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골목상권의 공간을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소상공인 경영에 창의성과 문화를 더하며 전문가와 다른 산업과의 협업과 상생도 필요하다. 또한 지방정부는 형식적인 자금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골목상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고 최신 변화와 트렌드에 맞춰 정책도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

지역의 정체성을 가지고 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이 스토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해 성장한다면 골목상권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골목의 구멍가게가 지역을 넘어 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골목상권이야 말로 우리나라 경제의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다. 몸에 아무리 피가 많아도 안통하면 죽는 것처럼 자본도 순환이 잘 되게 해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10위 안에 들어가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삶이 힘든 이유는 단순하다. 한쪽으로 자본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국가나 지방정부가 돈이 특정한 곳에만 쌓이지 않고, 골고루 순환하게 하는 정책을 펼 때 경제구조가 탄탄해지고 안정화될 것이다.

필자는 골목경제가 국가경제의 기반이라고 판단해 민선7기 취임 초부터 ‘단돈 1원이라도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뭐든 추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골목상권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관악구는 골목상권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권역별 골목상권 활성화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올해 말까지 총 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개 권역별로 2개소 씩 총 10개소의 골목상권을 지역의 환경과 스토리를 담아 테마골목을 조성하고 전통시장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상인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점포별 시설개선 지원, 상권관리기구 구성·운영 등 상권의 자생력을 강화해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가고 있다.

좋은 일은 아니지만 현재 포스트 코로나 상황은 골목상권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동네 골목이 삶의 중심이 됐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골목이 새로운 희망이 되고 골목이 주목받는 도시를 스스로 만드는 일이다.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Glocal)은 지역의 정체성을 살린 세계화를 말한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관악판 스타벅스, 이케아, 나이키’ 머지않아 우리 옆 골목에서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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