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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의 등대 되길”...자급자족 독일 마을 ‘비젤호프’

“환경보호의 등대 되길”...자급자족 독일 마을 ‘비젤호프’

기사승인 2021. 04. 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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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양상추를 재배하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접 키운 농작물로 식사하고 태양열로 충전한 차를 이웃과 공유해 사용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가전은 여러 가구가 함께 사용하고 자급자족이 힘든 공산품을 공동으로 구매해 불필요한 폐기물을 최소화한다. 공동체에서 키우는 면양(綿羊)과 벌은 꿀과 섬유, 그리고 비료까지 제공하는 소중한 자원 중 하나다. 현대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강도 높은 자급자족의 삶이 이루어지는 이 곳은 환경 보호를 위한 ‘등대’가 되길 꿈꾸는 프로젝트 마을, 독일의 ‘비젤호프’다.

독일 중부도시 마인츠에서 라인강을 따라 서쪽으로 조금 벗어나면 넓은 포도밭과 들판, 그리고 라인강이 어우러진 라인가우(Rheingau)지역이 나온다. 일조량이 많고 어디서든 지평선을 감상할 수 있을 만큼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는 이 지역은 예로부터 당도 높은 청포도가 많이 생산되면서 고급 와인 종류인 리슬링(Riesling)의 주요 생산지로도 명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독일 공영방송 ARD가 ‘친환경 자급자족이 실현되는 곳’으로 소개하면서 와인이 아닌 성공적인 ‘자급자족 친환경 프로젝트 마을’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비젤호프’ 건립자 토마스 하너는 유기농업 분야에서 다수의 해외 프로젝트 경험을 쌓은 농학 박사로 ‘자급자족 마을 프로젝트’에 대해 오랜 기간 고심해 왔다. 그는 아내 실케 슈타인브론과 2018년 처음 이 지역에 부지를 매입하고 버려진 여관 건물을 단계별로 확장·개조해 거주환경이자 새로운 자급자족 마을의 ‘본부’ 역할을 할 보금자리를 건설했다. 지붕에는 마을의 에너지원이 될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모든 건물 개조 및 인테리어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

하너 박사는 “우리가 설치한 태양열 시스템은 자급자족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의 99%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가정에 필요한 난방 및 가전은 물론 농장에 필요한 에너지와 공동 소유인 2대의 전기 자동차를 충전하는 것까지 태양열을 통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젤호프’의 구성원은 모두 13명, 6가구로 모든 개별 가구는 독립된 주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가능한 한 환경을 보호하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이 마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주민들은 개인 소유 경작지와 더불어 1헥타르(1ha. 약 3025평) 규모의 농장 경작지를 공동으로 관리하며 자급자족의 기반이 되는 농산물을 재배한다. 하너 박사는 시기에 맞춰 여러 가지 농작물을 구역별로 나눠 파종한다. 경제활동이 목적이 아닌 자급자족이 목적이기 때문에 한 가지 농작물만을 재배하는 단일 재배 방식 대신 하나의 각 식물들이 공존의 균형을 이루며 하나의 ‘생태’를 완성하는 유기 농업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어떤 종류의 비료도 사용하지 않는 양질의 유기농 식품이다.

3살과 1살 자녀를 둔 주민 베르크 가족은 “부추나 시금치가 실제로 어떻게 자라는지 관찰해온 우리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채소 먹는 것을 좋아한다”며 “오늘 점심도 우리가 직접 키우는 닭이 낳은 신선한 달걀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고 그들의 일상을 전했다.

자체 생산하는 식료품 외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공산품은 불필요한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을 주민이 공동구매 형식으로 마련한다. 마을 공동 창고에는 대용량으로 구매한 파스타와 쌀, 비누, 세제 등을 보관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는 주민은 그때 그때 가져간 후 본인의 이름과 물건종류, 물량을 기록한다. 이때 구매하는 물품 역시 유기농 및 지역에서 자체 생산되는 제품만을 선택하고 있다. 다리미나 믹서기, 와플기 등 주방 소형 가전도 마을 창고에 보관하며 공동으로 사용한다.

비젤호프 주민의 목표는 환경보호를 위한 ‘등대’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생활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으며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너 박사는 ARD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살지 않는 사람을 결코 우리 잣대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저 환경을 보호하고 지표를 제시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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