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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소노동자 배려’ 휴식벤치 시범설치

서울시 ‘청소노동자 배려’ 휴식벤치 시범설치

기사승인 2021. 04. 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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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에서 어린이대공원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개발한 ‘휴식충전소 벤치’. 그늘막과 등받이, 청소도구 거치대까지 구비돼있어 하루종일 도보로 이동하며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효율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다./서울시 제공
#대학생 고대호씨(23)는 재학 중인 대학교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가 34.6도까지 치솟은 여름 날 창문도 없는 열악한 휴게시설에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청소노동자들의 소외된 휴게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짐작만 했었던 노동환경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실제로 어떻게 휴식시간을 보내는지 관찰해 아이디어를 냈다.

고 씨의 제안에 어린이대공원 청소노동자 등 이해관계자와 디자인 전문가, 광진구 주민 등 총 107명이 참여해 청소노동자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벤치 디자인이 최종 완성됐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청소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로 디자인된 야외 휴게공간인 ‘휴식충전소 벤치’를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시범설치했다. 드넓은 공원을 도보로 다니며 일하는 청소노동자가 먼 거리의 휴게공간까지 가지 않더라도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벤치에는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발 받침대와 앉아서 휴식할 때 가장 편안한 각도인 120°의 등받이가 있다.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온전히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등받이는 높이고, 청소도구를 보관하는 거치대도 갖췄다. 강한 햇빛을 막아줄 수 있는 파라솔도 함께 설치됐다.

서울시는 ‘청소노동자를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당당한 쉼을 주장하고 이를 인정함으로써 서비스의 제공자와 수요자가 명확히 소통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이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고, 공원 이용 시민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휴식충전소 벤치’는 다양한 주체들이 주도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를 통해 탄생했다.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한 대학생이 제안하고, 청소노동자와 디자인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 시민이 참여해 디자인을 개발했다.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는 시민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직접 제안하고, 시민 투표를 통해 사업을 선정하며, 디자인 개발과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전 과정을 시민이 주도한다. 공공이 디자인을 개발·공급하는 방식이 아닌, 정책 수혜자인 시민이 중심이 돼 결과물에 대한 현장의 만족도가 더 높다.

거버넌스는 상대적으로 휴게권 보장이 어려운 외부(실외) 청소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적합한 시범 대상지를 물색했고,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최종 선정했다. 청소노동자들이 넓은 공원에서 하루 8시간을 도보로 이동하며 근무하는 곳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는 청소노동자를 위한 별도의 휴게공간이 갖춰져 있지만, 넓은 공원이라는 공간 특성상 휴게공간까지 거리가 멀어 청소노동자들은 벤치 등 공원 내 시설에서 잠깐씩 휴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빈둥대며 놀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벤치보다는 인적이 드문 바닥이나 돌 위에서 쉴 때가 많다. 공원 방문객이 볼까봐 쉬는 중에도 청소도구를 들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는 서울어린이대공원 내에서도 비교적 외부노출이 적은 곳을 ‘휴식충전소 벤치’ 설치장소로 정했다. 지난 3월 1개소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현재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청소노동자 A 씨는 “그동안 근로 중 휴식은 당연한 권리임에도 괜히 위축되고 불편한 마음에 편하게 쉬지 못했다”며 “지금은 나의 쉬는 시간까지 관심을 갖고 배려해주는 시민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디자인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더욱 더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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