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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 빚 탕감법, 금융업을 뿌리째 흔들 것

[사설] 은행 빚 탕감법, 금융업을 뿌리째 흔들 것

기사승인 2021. 04. 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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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은행 빚 탕감법’을 두고 직접 당사자인 금융계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걱정이 태산이다. 이 법에 따라 빚을 탕감받는 사람이야 환영하겠지만 은행업을 뿌리부터 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재난 시 정부 방역 조치로 소득이 급감한 이들에게 대출원금을 감면하는 게 골자다. 은행에 대출원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이자 상환유예 등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를 위반한 은행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문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재난’의 범주에는 태풍·홍수·황사 등 자연재난과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 등 사회재난이 두루 포함된다. 은행 빚 탕감이 사회 안전망 확보 차원이라고 하지만 범위가 너무 넓어 은행의 부실화와 심지어 금융위기의 초래와 같은 우려도 나온다. 이 법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채무자가 재난을 이유로 빚이나 이자를 갚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이는 곧 은행의 부실과 파산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개인과 은행의 사적 계약에서 제3자인 정치권이 ‘빚 탕감법’을 만들어 자발적 계약을 무효로 만드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은행에는 엄연히 주주들이 있고 대출채권은 이들의 자산이다. 그런데 이 법은 이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으로 대출을 갚기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한다면, 이런 법의 제정이 아니라 재정의 투입을 통한 이자의 지원 등을 강구해야 한다.

재난으로 대출상환이 어려운 이들을 지원해주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현행 파산제도, 이자 유예 등의 보호조치도 그런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은행 빚 탕감’법이 통과되면 도덕적 해이를 만연시켜 은행부실을 부를 뿐만 아니라 은행업이 존립할 근거를 뿌리째 흔들 것이다. 결국 담보가 부실한 이들의 은행 대출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국회가 이 법을 함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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