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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중기피아] K방역의 실체는 膏血(고혈)과 희생이다

[최성록의 중기피아] K방역의 실체는 膏血(고혈)과 희생이다

기사승인 2021. 05.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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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과 자영업자들의 희생으로 든든한 방역망 구축
희생 감내한 이들에게 신뢰 줄 수 있는 정책·정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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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생활과학부장
# 4050 이후 세대들에게 선박 침몰 영화의 원조는 ‘타이타닉’이 아닌 ‘포세이돈 어드벤처’일 게다.

1972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1974년 우리나라서 개봉해 대성공을 거뒀으며, 80~90년대까지 지상파 방송에서도 숱하게 방영될 정도였다.

새해가 시작된 1월 1일, 유럽으로 가던 여객선 포세이돈호가 거대한 쓰나미에 맞고 뒤집힌다. 생존한 대다수는 그 자리에 남고 몇몇 사람들은 탈출을 위한 길을 떠난다.

영화는 탈출하는 이들이 겪은 고난과 살아남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단순하고도 명확한 내용임에도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무엇보다 영화의 백미는 주인공인 목사가 신을 탓하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진 핵크만이 연기한 프랭크 스콧 목사는 위로 올라가야 하는 일행을 위해 뜨거운 증기를 내품는 밸브를 화상을 입어가며 돌린다. 밸브를 다 돌린 목사는 힘이 빠져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합니까. 당신이 우리를 도와준 것이 뭐가 있습니까. 우리가 가는 길을 막거나 방해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래도 당신이 원한다면 내가 죽겠습니다”라고 외치는 모습은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과 임팩트를 던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자신을 버릴 수 있는 희생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으로 알았다. 더군다나 희생이 ‘집단’적으로 발휘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있었겠는가.

# 정부는 지난해부터 ‘K방역’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진정됐을 즈음 정부 부처 및 기관은 물론 장관들까지 K방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K방역은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때에도 언급됐다.

K방역을 내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선방했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여당이 K방역을 내세워 총선에서 큰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도 평가한다. 정부의 역할과 정치권의 지원으로 K방역이 든든히 구축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방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국민들의 희생이 담보됐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모이지 말라면 모이지 않았다. 밖에 나가지 말라면 나서지 않았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써 달라면 더위에도 기꺼이 썼다.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의 ‘膏血(고혈)’이야말로 K방역을 1년 넘게 지탱케 한 힘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 무지막지한 전파력을 자랑하는 코로나19. 그 때문에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봉쇄를 하자니 경제가 타격을 받고, 생활방역에 나서자니 여러 사람이 다친다.

이는 전 세계 국가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다. 굶어 죽느냐 병 걸려 죽느냐…우리 정부의 무게 추는 어디에 뒀었을까.

“여러분 조금만 더 버텨주십시오. 조금만 더 참으면 정부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백신이 나올 때까지 참아 달라는 정부의 말을 굶어가면서 지켰다. 특정 백신을 먼저 맞으려는 일부의 특혜와 비리가 터져나오는 중에도 묵묵히 참으며 집단면역이 발휘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또 다시 요구할 수 없다. 1년 넘게 버텨온 이들에게 한 번 더 참아달라 요구하는 것은 사지로 내 모는 것과 같다.

백신을 원활히 공급해 지금쯤 집단 면역을 어떻게든 끝마쳤어야 했다고, 백신을 서둘러 구했어야 한다는 질책이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믿음과 책임감이다. ‘자 우리는 정부말만 믿고 어렵지만 열심히 살았다. 이제는 우리에게 확실한 희망을 줘야하지 않겠는가.’

오락가락한 정보와 접종에 따른 혼선은 이제부터 있어선 안된다. 백신 부작용 및 이상반응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집단면역에 이르는 길은 기하급수적으로 멀어진다.

고혈로 가까스로 이룩한 K방역이지만 단 하나의 실기(失機)로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무너트릴 수 있다.

정부와 위정자들은 국민들과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가볍게 보지 마시라. 무관심과 실수 하나로 이들의 생사가 결정될 수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가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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