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박현기가 인공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발표한 ‘Untitled(ART)’는 관람객의 시점과 위치에 따라 작품에 대한 지각의 범위가 달라진다.
30cm 너비와 10cm 두께의 건축 자재용 나무판이 수직으로 정렬돼 2m 넘는 높이로 세워져, 전시장에 입장한 관람객의 시선과 진입을 막는다.
전시장에는 세 개의 나무 구조물이 놓여 있는데, 나무판 사이의 불규칙한 틈새로 전시장 너머의 공간이나 구조물 사이의 다른 관람객의 모습이 보인다. 관람객은 세 구조물 사이와 구조물의 좁은 내부를 조심스럽게 오가며 작품을 체험한다. 하지만 관람객은 이 작품의 온전한 형태와 명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제목처럼 세 구조물은 각각 알파벳 A, R, T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높이 때문에 조감의 시선에서만 전체 형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관람객이다. 작가는 관람객 또한 작품의 참여자이자 연기자가 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