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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성추행 후 단둘이 주점…대법 “피해자답지 않다고 진술 배척 안 돼”

[오늘, 이 재판!] 성추행 후 단둘이 주점…대법 “피해자답지 않다고 진술 배척 안 돼”

기사승인 2021. 05. 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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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성폭력 피해자 대처 양상 다양…진술 증명력 함부로 배척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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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와 단둘이 주점을 방문하는 등 ‘통상적인 피해자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12월 대학교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로 놀러 간 숙소에서 잠든 피해자 B씨를 강제추행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2년7개월이 지난 2019년 8월경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A씨를 고소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A씨가 B씨의 의사에 반해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추행의 의도도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 날 오전 숙소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던 점 △여행 후 단체로 방문한 카페에서 찍은 사진에서도 추행 사건을 연상시킬만한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점 △이후에도 단둘이 주점을 방문한 점 등에 비춰 B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발생 이후 B씨의 태도는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의 반응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B씨가 사건 발생 후 2년 넘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에서 진술을 믿기 어렵고, A씨의 사과문도 B씨의 마음을 달래려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마땅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군복무를 하는 동안 A씨는 B씨를 마주칠 일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약 2년이 지나서야 고소에 이른 경위는 수긍할 만하다”며 “B씨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허위로 진술할 만한 이유나 동기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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