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의식주 챙기기도 벅차” 독일 急물가상승에 ‘저소득 다자녀’가정 사면초가

“의식주 챙기기도 벅차” 독일 急물가상승에 ‘저소득 다자녀’가정 사면초가

기사승인 2021. 07. 01. 14:4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저소득
독일내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서 ‘저소득 다자녀’가정이 가장 먼저 직접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독일 중부 엘스하임에 사는 다섯 아이의 아버지 옌스 디칭어(43)는 오늘도 자신의 미니 버스에 기름을 넣지 못한 채 주유소에서 돌아 나왔다. 갑자기 오른 기름값에 매일 주유소에 들러 리터당 가격만 확인하고 돌아 나오길 세 번째. 지난 번 확인했을 때보다 더 오른 가격에 그의 한숨은 어제보다 더 깊어졌다. 대가족을 위한 미니 버스에 기름을 한번 가득 채우면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생활비에 100유로(약 13만4000원)가 훌쩍 넘는 적자가 생긴다. 작년 말까지는 주유 한번에 85유로로 충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유럽 내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독일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최근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지수로 초반부터 큰 타격을 입는 대상으로 ‘저소득 대가족’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다섯 자녀를 키우는 디칭어 부부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디칭어 부부는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역 보육센터에서 각각 전일·시간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디칭어 부부의 수입은 7명의 가족수로 비교했을 때 최저 수준에 불과하다. 부부 모두가 문화 센터와 봉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으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문을 닫으면서 부수입도 사라진 상태다.

매일 꼼꼼하게 장보기 목록을 만들어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지만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마음껏 먹이는 것은 물론 성장에 맞춰 새 옷을 사주거나 미용실 비용을 마련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다.

다섯 자녀의 어머니 카롤린(40)은 “2년전까지만 해도 가격은 조금 더 높더라도 맛과 질이 좋은 정육점 고기와 농장 직판 과일과 채소, 우유 등을 가끔 사먹을 여유 정도는 있었으나 지금은 이마저도 사치품이 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가정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첫째 딸 레나(14)는 매일 가능한 한 모든 가족이 건강하면서도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작은 식재료 하나라도 신중하게 가격을 비교하고 더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 것에 익숙하다.

인플레이션 조짐은 빠르게 치솟고 있는 임대료에서도 도드라지고 있다. 베를린 기준 평균 월세는 지난 10년간 2배나 뛰어올랐다. 인플레이션 초읽기 현상을 보이면서 대도시뿐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도 가정집을 중심으로 월 임대료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5평 규모의 작은 집에 살고 있는 디칭어 가족은 7명이 작게 쪼갠 침실 3개를 나눠 쓰고 있다. 각각 8살, 2살인 넷째와 다섯째는 아직까지도 부모님의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 모든 아이가 각자 방을 가지려면 전국을 뒤져 저렴한 방을 찾더라도 최소 월 1800유로(약 240만원)를 지불해야하다 보니 더 넓은 집을 구해보려던 계획도 이제는 포기했다.

ARD는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고소득 소가족에게는 크게 드러나는 변화를 주지 않고 있지만, 적은 예산으로 대가족이 생활해야 하는 저소득 대가족에게는 이미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리고 불안감을 안겨줄 만큼 진행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카롤린은 “누구도 우리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스스로 다자녀 가정을 선택하면서 휴가나 외식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이미 각오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들 역시 인생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며 그들 중 누구도 브랜드 옷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다”며 다자녀 가정에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디칭어 가족도 계속해서 올라가는 물가를 체감하며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옌스는 가족의 미래에 대해 묻는 질문에 “최근에는 미래에 대한 분노 섞인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다자녀 가족에 대한 더 많은 국가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을 결정하는 정치인들은 풀뿌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실제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