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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SK증권, 200억 파생상품 손실 감손처리 배경은

[취재후일담] SK증권, 200억 파생상품 손실 감손처리 배경은

기사승인 2021. 07.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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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허의 자본시장에선 ‘원칙’보다 ‘운빨’이 더 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증권가 물밑에선 당시 원칙주의자인 국내 소형 증권사 한 대표이사의 결단이 수백억원을 날리는 ‘독’이 되고 만 사례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김신 SK증권 사장의 얘깁니다.

김 사장은 ‘원칙’이 ‘200억원대 적지 않은 손실’로 돌아온 경험을 맛봐야 했습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 국내 증권사들은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증거금 마련에 위기를 맞았습니다. 폭락장에서 해외 지수를 기초로 발행한 ELS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로 단기 자금 확보에 불이 떨어진 겁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해외 주가지수가 폭락하며 거액의 추가 증거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자체 헤지 규모가 큰 대형증권사들은 하루에 1조원씩 마진콜이 발생했습니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까지 긴급 지원에 나섰지요.

SK증권은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을지 손실처리할지 논의하기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긴급 소집했습니다. 고심하던 김 사장은 글로벌 폭락장에서 리스크가 크니 손절매하자고 판단했습니다.

보수적인 원칙주의자 성향의 김 사장이 신중하게 내린 결단이었으나 이는 독이 됐습니다. 매도하자마자 갑자기 주식시장이 살아난 겁니다. 바닥도 없이 추락하던 주가가 그렇게 빨리 반등할지 누가 알았을까요. 지원금을 받은 다른 증권사들은 한 달 만에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SK증권은 규모가 작아서 감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지만 결국 200억원의 손실 처리로 끝났습니다.

김 사장에게 책임이 있진 않습니다. 다른 증권사는 추가 증거금 규모가 워낙 커서 손실처리를 할 엄두를 못 냈을 뿐이니까요. 다만 수백억원 손실 처리에 타 증권사보다 실적이 부진했던 점은 뼈아픕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장세에 억울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운’에 기대 자본시장의 건전성이란 원칙을 버려서도 안 됩니다. 사장도 예측하기 힘든 변동성과 불투명성, 이것이 바로 자본시장의 매력이자 무서움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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