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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고액 연봉’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들, ‘이직’ 잦은 이유

[취재후일담] ‘고액 연봉’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들, ‘이직’ 잦은 이유

기사승인 2021. 08.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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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제 애널리스트 안 합니다.”

최근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에 취재 차 전화를 걸면 주로 듣게 되는 얘기입니다. 제약·바이오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 다른 섹터에 비해 평균적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이직률은 가장 높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이탈 현상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탈(VC),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 국내 유수 기업 등은 앞다퉈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를 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데요. 최근엔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알테오젠 자회사인 알토스바이오로직스의 최고재무책임자로 갔으며, 선민정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삼성경제연구소,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홍국 前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분야의 이직률이 높다는 건 역설적으로 그 섹터가 잘 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IPO(기업공개)를 통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받을 수 있어 소위 ‘대박’의 기회도 많다”며 이직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이직 러시는 높은 업무 강도가 배경으로 꼽힙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업무 시간 대부분을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진행하는 데요. 남는 시간엔 기업 탐방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 ‘주 52시간 근무’는 꿈 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1명의 애널리스트가 2~3개 섹터를 동시에 커버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처럼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예전과 달리 얇아진 월급 봉투와 낮아진 위상도 이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점도 문제입니다. 일반 회사원에 비해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대신, 회사 사정이 안 좋으면 감원 대상 일순위에 오르기 때문이죠. 최근엔 제약·바이오 분야의 인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탈이 증가했지만, 다음번엔 다른 분야서 이탈이 일어날 수 있는 셈입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떠난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의 자리를 메꾸지 않은 채 수개월 째 공석으로 두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딜을 따오는 등 수익을 창출하는 인력은 아니지만 고연봉을 지불해야 돼 회사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애널리스트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곤 합니다. 기관보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정보를 얻는 창구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지금처럼 1명의 애널리스트가 2~3개의 섹터를 맡게 되면 깊이있는 분석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업무강도를 낮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애널리스트를 위해 정규직 전환 등 대안 마련도 시급해 보입니다. 열악한 애널리스트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돼, 보다 양질의 리포트를 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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