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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가니 아프간 대통령에 “잘 무장 30만 아프간군, 8만 탈레반에 잘 싸울 것”

바이든, 가니 아프간 대통령에 “잘 무장 30만 아프간군, 8만 탈레반에 잘 싸울 것”

기사승인 2021. 09. 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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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바이든-가니 대통령, 탈레반 아프간 점령 23일 전 통화 공개
바이든 "잘 무장 30만 아프간군 최고...8만 탈레반에 잘 싸울 것"
바이든·미 합참, 대탈레반 싸움 어려운 상황과 다른 인식·그림 요청
Biden Afghanista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과 관련한 대국민연설을 한 후 연단을 떠나고 있다./사진=워싱턴 D.C.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마지막 통화에서 잘 무장된 30만 아프간군을 ‘최고의 군대’라며 최대 8만인 탈레반과 잘 싸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31일(현지시간) 드러났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전 세계적으로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를 불식하는 노력을 가니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과의 군사적 해결책의 세력 균형을 맞춰야(rebalance)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며 속도가 필요하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의 현실보다 여론전에 신경을 쓴 반면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적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가니 대통령이 탈레반이 아프간을 완전히 장악하기 23일 전인 지난 7월 23일 14분간 나눈 통화 녹음과 녹취록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바이든 가니 정상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6월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슈라프 가니 당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가운데) 및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회담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 UPI=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에게 “당신은 분명히 최고의 군대를 가지고 있다”며 “(탈레반 대원) 7만~8만명에 비해 당신은 잘 무장되고 명백히 잘 싸울 수 있는 30만명을 가졌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의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에 따르면 지난 4월 급료 지급 기준 아프간군 규모는 30만699명이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추산 탈레반 병력 규모는 최대 8만5000명이었다. 다만 아프간군의 수는 월급을 타기 위해 장부를 조작해 만들어진 ‘유령 군인’이 다수 포함돼 실제 병력은 통계의 6분의 1 수준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군에 약 830억달러(96조3000억원)를 투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의 급변하는 상황을 통제할 계획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그 계획이 뭔지 안다면 우리는 근접 항공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의 정부가 생존할 뿐 아니라 유지되고 성장하도록 외교·정치·경제적으로 지속해서 강력
히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통화 23일 뒤 아프간 정부의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음을 나타낸다고 꼬집었다. 두 대통령이 통화할 당시 이미 탈레반이 아프간 전체 주도(州都) 절반가량을 차지한 상황이었다.

Pentagon US Afghanistan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 내내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에 관한 국제사회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전 세계와 아프간 일부에 ‘탈레반과 싸움에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점은 굳이 내가 말할 필요 없을 것”이라면서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다른 그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 아프간 저명 정치인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아프간 정부가 농촌 지역 대신 인구 중심지인 주요 도시에 집중해 방어하는 쪽으로 군사전략을 바꾸겠다고 한 데 대해 지지를 선언하면 인식을 엄청나게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후 같은 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중부사령관과 함께 가니 대통령과 통화한 밀리 합참의장도 아프간 전쟁에 대한 ‘다른 그림’을 요청했다.

밀리 의장은 “미국·유럽·언론의 인식은 탈레반의 탄력과 승리에 관한 이야기”라며 “우리는 집단적으로 보여주고, 그 인식과 이야기를 뒤집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고, 매켄지 사령관은 “나는 시간이 우리 편이라고 믿지 않는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아프간 전쟁을 총괄하고 현장에서 지휘하는 최고 사령관들도 현장의 전쟁 상황보다는 여론전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가니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가 군사적 해결책의 재조정할 수 있다면 아프간에 평화가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면적인 침략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탈레반, 파키스탄이 전면적으로 계획하고 군수적으로 지원하며 주로 파키스탄인이 투입된 최소 1만에서 1만5000명의 국제 테러리스트로 구성됐다”고 강조했다.

가니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아프간 전쟁을 훨씬 심각하게 보고 있고, 이에 대한 미국 등의 군사적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과 가니 대통령 모두 아프간 전체가 탈레반에 넘어갈 즉각적인 위험을 인지하거나 대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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