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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과 증여 그리고 세금에 관한 알기 쉬운 판례이야기

상속과 증여 그리고 세금에 관한 알기 쉬운 판례이야기

기사승인 2021. 09.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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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증여계약 해제한 경우 증여세 반환 가능한가
"증여세 신고 당시 조건부 증여 신고 않으면 계약 무효 인정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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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조세 전문 변호사.

증여 뒤 상당기간이 지나서 합의로 증여계약을 해제한 경우 증여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돈이 많은 사업자인 아버지와 그 덕에 부족함 없이 자란 아들의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A씨의 경우도 그런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 아버지는 변변한 직장도 없이 매일 술에 빠져 지내는 A씨가 못마땅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아버지는 시가 5억원의 건물을 A씨에게 조건을 걸고 증여했습니다(부담부 증여).

아버지는 증여한 후 3년이 되는 날 A씨가 1억원을 아버지에게 현금으로 주기로 하는 조건을 걸고 만일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A씨는 증여받은 건물을 다시 아버지에게 돌려줘야 했습니다. 어찌됐던 A씨는 건물을 증여받았고 이후 그에 따른 증여세 신고 및 증여세 납부를 했습니다.

그러나 3년 만에 1억원이라는 돈을 아버지에게 드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A씨는 결국 조건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완고한 A씨의 아버지는 이러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아들에게 다시 건물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A씨가 응하지 않자 결국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판사는 원·피고가 부자지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되도록 합의를 종용했으며 결국 재판상 화해로 A씨가 아버지에게 부동산을 돌려주기로 했고 A씨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말소됐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A씨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부동산을 다시 아버지에게 돌려줬으니 자신이 3년 전에 낸 증여세를 돌려달라고 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A씨가 주장하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국세기본법에 의하면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해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2개월 이내에는 이미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세무서는 위 증여세 상당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됐더라도 그 등기원인이 된 증여행위가 부존재하거나 무효인 경우라면 그로 인한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의 유무와 관계없이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될 수 없고(대법원 1995. 11. 24.선고 95누1006 판결 참조), 원인무효의 등기가 말소돼 당초 소유자에게 소유권이 회복된 것 역시 증여라 할 수 없으므로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인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조건부 증여했다가 조건 미성취로 위 계약이 무효라는 A씨의 주장은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이 가장 큰 이유이고 애초 증여세 신고 당시에는 위와 같은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신고한 바 없다는 것이 그 다음 이유였습니다.

판례에 의하면, 당초의 증여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해 그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적법하게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사이에 담합이 이뤄져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인 것처럼 제소해 말소등기를 명하는 판결을 받아 등기를 말소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기존의 증여계약에 대한 일종의 합의 해제가 성립했다고 봄이 상당한 바(대법원 1998. 4. 24.선고 98두2164 판결 참조), 이 경우 증여계약의 이행에 의한 재산의 취득이 있게 됨으로써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국가의 조세채권이 발생한 이후 증여계약의 당사자가 그 증여계약을 합의해제했더라도 그로 인해 이미 발생한 국가의 조세채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누607, 판결, 대법원 1989. 6. 13., 선고, 88누8715, 판결)는 입장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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