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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암호화폐 비즈니스, 표준 모델 구축이 우선돼야

[칼럼] 암호화폐 비즈니스, 표준 모델 구축이 우선돼야

기사승인 2021. 09. 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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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순 지비즈그룹 ㈜비드테크 회장
[강철순 칼럼] 블록체인 관련 암호화폐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다보면 불편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도 없고, 사업모델로서의 비전도 명확하지 않은 상대와의 만남이 그렇다. 암호화폐 발행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상대를 설득하기란 녹록치 않은 일이다.

암호화폐 비즈니스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본질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어떤 프로젝트냐에 따라 제시 가능한 방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탈중앙화 분산원장인 블록체인 기술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면 탈중앙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분산원장을 기록하는 채굴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인 암호화폐가 가치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채굴자에게 보상이 없다면 탈중앙화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비트코인 개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8년 발표한 논문형식의 백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채굴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비트코인을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13년이 지난 현재 비트코인은 채굴자에 대한 훌륭한 보상이 됐고,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탈중앙화 화폐거래 시스템의 표준 모델이 된 셈이다.

뒤이어 탄생한 이더리움도 비트코인의 표준 모델을 따르며 하나를 추가했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발행하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플랫폼을 제공한 대신 토큰을 전송할 때마다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이더리움은 발행량의 제한 없이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표준 모델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암호화폐 생태계를 유지하는 힘이 달라진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표준을 선도한 덕에 여전히 시가총액 1위와 2위다. 동일한 암호화폐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여타코인들과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적게는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 차이가 난다. 표준 모델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얼마 전부터 NFT(대체-불가능한 토큰)에 대한 표준 모델 구상을 하고 있다. NFT는 아직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 없다. 중구난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NFT는 수시로 거래되는 암호화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암호화폐가 수천만 혹은 무제한의 발행량이라면 NFT는 단 하나다. 그래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다.

NFT를 하나의 작품으로 볼 것인지, 실물의 진본임을 증명할 인증서로 사용할 것인지 명확한 규정도 없다. 작품도 NFT고 인증서도 NFT로 불린다. 각기 다른 성질에 같은 이름을 붙이면 대중성이 떨어진다. 디지털 작품이나 저작물에는 관련 상품이라는 뜻으로 ‘NFTM(NFT Merchandise’, 인증서를 표현할 때는 ‘NFTV(NFT Verify)’라고 용어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NFTM은 다양한 형태의 저작물을 판매하는 모델이 표준이 되는 중이다. NFTM의 경우 오픈씨(OpenSea) 마켓플레이스가 8월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오픈씨는 다양한 창작자들이 만든 미술작품 등을 경매에 맡기는 방식으로 경매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거래소다.

NFTV는 아직 표준 모델이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인증서라는 점은 위조가 가능한 종이 인증서와 비교하면 보안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인증서를 누가 발행할 것인지, 어떻게 발행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표준 모델을 개발하여 안착시킨다면 NFTV 헤게모니를 쥘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 비즈니스는 투기 목적으로 진행하면 성공할 수 없다. 본질을 파악하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표준 모델 구축이 성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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