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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화·압박” 동시 발신… 대남·대미 ‘이중전략’ 의도는?

북, “대화·압박” 동시 발신… 대남·대미 ‘이중전략’ 의도는?

기사승인 2021. 10. 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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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엔 "통신선 복원', 미국엔 "교활" 비난
미국을 카운트파트너로 설정, 남측 배제
긴장감 끌어올리며 국제사회 관심 끄는 '심리전'
남측태도에 달려…유리한 '협상판 조성' 위한 전략
2일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할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10 당창건기념일을 앞두고 남측에 전격적인 대화 의사를 전달하면서도 관계회복은 남측 태도에 달려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반면 미국엔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여전하다며 당장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대미협상 재개를 위해 남측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시정 연설을 통해 상반된 ‘대남·대미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남측에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면서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미 메시지를 직접 전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간 북한의 기본 핵협상 전략은 미국을 카운트파트너로 설정하고 남측은 철저히 배제하는 모양새로 이뤄져왔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상호불가침조약’을 위한 평화협정체제를 맺는 것이 급선무다. 비록 결렬됐으나 지난 2018년 싱가포르·하노이에서의 연쇄적인 북·미 회담에서 빅딜을 노리며 협상의 판을 조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미협상 교착 시 북한은 한반도 정세의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올려왔다. 최근 연속적인 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위반 사항인 탄도미사일 발사로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끄는 것도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심리전이다.

◇대남·대미 ‘이중’ 메시지 의도는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미국엔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남측엔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이중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남측이 관철시키라는 뜻이다. 대미협상 재개의 공을 한·미에 돌리면서 북핵 협상의 판을 유리하게 짜려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조건을 단 것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된다. 남측을 최대한 활용해 대미협상의 물꼬를 틀겠다는 의도다.

이는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된다면 조건부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적대시 정책 철회가 ‘선 제재완화’나 ‘연합훈련 영구 중단’을 의미하는 만큼 한·미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미 관계도 현상을 유지하면서 당분간은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커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남북 통신선이 곧 복원되고 남북 간 대화 분위기도 조성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본적인 문제’인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미국 첨단무기 도입 중단 요구 등에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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