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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1주기] 승어부 다짐한 이재용, 아버지 뛰어넘는 경영행보 시작할까

[이건희 1주기] 승어부 다짐한 이재용, 아버지 뛰어넘는 경영행보 시작할까

기사승인 2021. 10. 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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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바이오 패권 경쟁 치열
'미래 먹거리'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 여전
재판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 제약
英 시사주간지 '경제 역할론' 강조
내달 미국공장 20조원 투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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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이기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입니다.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당연한 책무입니다. 하지만 제가 꿈꾸는 ‘승어부(勝於父)’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합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타계 1주기가 다가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을 통해 과거 불찰에 대한 반성, 새로운 삼성에 대한 약속과 함께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뜻의 승어부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듬해 1월 재수감돼 7개월여를 감옥에서 보냈고, 지난 8월 석방 이후에도 취업제한 논란 등으로 이렇다 할 경영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 바이오 등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英 이코노미스트 “이 부회장 빨리 나서야”
2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삼성전자, 최첨단 반도체 패권 노린다(Samsung Electronics wants to dominate cutting-edge chipmaking)’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TSMC에 대적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대표 기업이 되려면 이 부회장이 빠른 시일 내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선도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꼽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아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며, 이 부회장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2019년 제시했지만,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한국의 재벌문화, 특히 삼성의 승계 등에 부정적이었던 이코노미스트가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강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 역할론’ 주문을 받고 풀려났지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 상태, 시민단체의 따가운 시선 등에 여전히 손발이 묶여있는 이 부회장의 현 상황에 대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도 소모적이라고 평가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투자·일자리 탄력…전면 나서지 못하는 ‘아이러니’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8월 복귀한 직후 반도체, 통신, 바이오 등 주력 사업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년간 매일 8시간씩, 총 1600시간의 소프트웨어(SW) 교육을 무료로 제공해 청년들에게 취업문을 열어주는 삼성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의 교육생을 내년부터 2000여명으로 2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계열사 노조 등도 이 부회장의 ‘준법 경영’, ‘무노조 경영 폐기’ 약속 이후 더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생태계를 건강하게 이끌고 임직원은 물론 국민들도 자랑스러워하는 초일류 기업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이 부회장이 기본이고 책무라고 언급한 ‘경쟁에서 이기고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활동 전면에 직접 나서지 못하는 아이러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며 현지 투자·정보 제공 등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우리 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에 더 확실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 움직임 하나가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그런 면을 고려했을 때 출장 등 경영활동이 어렵지 않도록 법무부가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등 협력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 달 미국 출장 가능성…“본격 경영행보 기대감”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타계 1주기를 기점으로 그간의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미국 출장길에 올라 170억 달러(약 20조원) 현지 공장 투자를 확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처로는 기존 텍사스 오스틴시 공장과 인접한 테일러시가 유력하다.

또 이 부회장은 연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외에 삼성의 의사결정 효율화를 위해 컨트롤타워 조직을 꾸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많다.

한편 고 이건희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은 25일 경기 수원시 선영에서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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