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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칼럼]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기사승인 2021. 11.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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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규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부 석좌교수·전 해군참모차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의 입구로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북한의 김여정은 ‘유엔의 대북제제 해제 등 선 적대시 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췄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한반도의 평화가 돌아왔다고 희망론을 펼치기도 하고, 다른 일각에선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전선언이란 전쟁의 종결과 평화회복을 목적으로 맺어지는 평화협정의 후속조치로 전쟁 당사국 간에 전쟁 종결을 선언하는 것이다.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은 상호불가침, 전쟁 발발의 책임규명, 참전 외국군대 철수, 신뢰구축 및 군비통제, 협정이행 및 이행감시기구 설치 등을 주요 의제로 추진할 수 있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제안을 역이용해 종전선언을 북한의 비핵화와는 별개로 진행함으로써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한편, 한·미 간 및 진보·보수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미국의 대북제제 완화 및 주한미군 철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북한 핵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해 문 대통령 뉴욕 방문 시 바이든 대통령의 접견을 회피하면서도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협의체)에 한국의 참여를 제의하는 등 실익을 저울질 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미·중 갈등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하는 한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한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꼭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지나지 않으며, 북한의 핵무장을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완료했으며, 섣부르게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이는 북한의 핵무장을 묵인하는 최악의 카드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종전선언을 빌미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나 지휘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주한 미군의 철수와 함께 한·미 연합훈련 폐지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반대 등을 주장할 수 있음은 물론,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

아울러 종전선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착시현상은 자칫 군의 전투력 약화와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남북한 군사력 불균형으로 이어져 제2의 6·25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첫째,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와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남북 분단과 정전상태를 유발한 6·25전쟁 및 정전협정 체결 이후 발생한 모든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함께 확실한 재발 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실질적인 비핵화와 함께 대남 ‘무력적화통일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유지해야 한다. 지난 70여 년 간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 왔으며, 향후에도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유엔군사령부와 한·미동맹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므로 섣부르게 주한미군의 철수 주장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셋째, 한국군의 대비태세와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한낱 선언에 지나지 않으며, ‘힘’이 없는 평화는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스스로 적을 방어할 수 없으면 그 어느 나라도 지켜줄 수가 없다’는 것이 냉엄한 국제현실임을 직시하고 우리 스스로 적을 물리칠 수 있는 군사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는 한편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평화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우리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가 있을 때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하고 대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해야만 할 것이다. 세상이 평안해도 전쟁에 대비해야 하며, 전쟁에 대비하지 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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