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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이 더 안전’ 보령해저터널, 돋보이는 재난 방지 설계

‘바다 속이 더 안전’ 보령해저터널, 돋보이는 재난 방지 설계

기사승인 2021. 11. 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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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난이도 높은 현장...감리단 "안전만 보고 갔다"
상시 유입되는 물처리 탁월...단전과 비상사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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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해저터널 내 유입되는 물을 모아서 처리하는 집수시설 모습. 이 터널은 시간 당 407톤의 물이 계속 유입돼서 원활한 배수 여부가 안전에 중요한 요소다./사진=황의중 기자
세계 5위의 규모면서 국내 최장 해저터널인 보령해저터널(6.927㎞)이 다음달 1일 공식 개통된다. 보령해저터널이 뚫리면 충남 보령 대천항과 원산도·태안 안면도 간의 이동시간은 기존 1시간30분에서 10분으로 대폭 줄어든다. 다만 바다 밑으로 긴거리를 사람과 차가 이동해야 하는 만큼 완공까지는 어려움이 많았고 시설물의 안전 확보가 관건이었다. 그 결과 이 터널의 안전시스템은 ‘바다 밑을 평지’처럼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건설기술의 결정체였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보령해저터널은 차량용 터널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이다. 일본 도쿄 아쿠아라인(9.5㎞)이 세계에서 가장 긴 차량용 해저터널이고 두 번째가 노르웨이 봄나피오르(7.9㎞) 해저터널이다.

이 터널은 바다 밑을 지나는 장대 터널 특성상 화재·침수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안전시스템을 터널 곳곳에 구축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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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해저터널 내부 모습./사진=황의중 기자
우선 터널 안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상·하행선 터널을 연결하는 대피로를 만들었다. 사람 대피로는 220m 간격으로 21개, 차량 대피로는 660m 간격으로 10개다. 또 차량 사고로 인한 화재에 대비해 연기를 빼내는 제트팬이 82개나 설치됐고, 옥내소화전 301개(50m 간격)와 CCTV 92개(150m 간격) 등이 설치돼 있다.

보령해저터널은 2010년 12월 착공 이후 11년 만에 완공됐다. 당초 예상보다 공사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해저터널이 통과해야 하는 암반층이 연약했던 탓에 공사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터널의 암반 피복 두께(해저 밑 기반암부터 터널 천장까지 암반 두께)가 20m 이하 구간이 전체의 23%(1207m)에 달한다. 이는 다른 해외 터널들(최소 30m)과 비교할 때 얇은 수준으로, 발파공법(NATM)으로 시공하면서 연약한 암반 구간을 통과해야 했다. 이 때문에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암반 틈새로 유입되는 물을 막는 차수작업(그라우팅)과 연약 암반 보강작업을 수행하느라 상당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시공사는 비록 공사비가 더 들고 공사기간이 늘어남에도 강관을 사용해서 암반을 강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해저터널이 견뎌야 하는 압력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짓기 위해서다.

보령해저터널 감리를 맡은 이상빈 단장은 “어려운 공사였지만 인명사고가 전혀 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와서 볼 때는 가장 기쁜 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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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시 상행 터널과 하행 터널을 연결하는 문. 한 방향 터널에서 사고가 날 경우 이 통로를 통해 차량이 다른 방향으로 대피가 가능하다./사진=황의중 기자
그러나 터널이 완공됐음에도 배수터널인 이상 암반 틈새로 시간 당 407톤의 물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야 했다. 시공사는 터널 밑으로 물을 담아서 배출하는 거대한 집수정을 설치하고 펌프 2대가 지속해서 물을 밖으로 빼내도록 했다. 터널에는 항상 4대의 예비 펌프를 여분으로 준비해둬서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갑작스러운 정전사태를 대비해 관창 변전소와 대천 변전소가 각각 별도 선로로 터널 내 전기를 공급한다. 이로 인해 전쟁이나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 발생으로 2개 변전소 모두 가동이 불가능할 경우 약 12시간 동안 집수정에서 물을 수용할 수 있다. 그동안 변전소 중 한 곳이라도 복구하면 펌프가 물을 빼내서 터널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만일 시간 내 복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터널 입구에 위치한 관리사무소가 사고 방지를 위해 차량과 사람을 대피시킨 뒤 진입차단시설을 내려 터널을 봉쇄한다. 해저터널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사고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다 있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침수와 화재 등 사고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갖추는데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었다”면서 “이 현장의 안전 경험을 살려 앞으로 지어질 해저터널 공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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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내로 유입되는 물을 처리하는 펌프 장치. 배수터널인 보령해저터널은 암반 틈새로 스며드는 물을 계속해서 밖으로 배출해줘야 한다. 펌프 2대가 상시 운영되며 4대의 추가 예비 펌프가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준비돼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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