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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위 투표자 가설’과 이재명의 딜레마

[칼럼] ‘중위 투표자 가설’과 이재명의 딜레마

기사승인 2021. 12. 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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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힘들었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여행 숙박 등 많은 업종들이 한파를 겪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다락같이 올랐지만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등 소위 세금폭탄에 집을 팔지도 못한 집주인들은 집주인대로 힘들었고, 집을 사려고 하거나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도 고통을 겪었다. 변이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위드 코로나’ 조치가 취소되면서 연말연시 오붓한 모임도 가질 수 없게 돼 몸과 마음이 모두 추운 겨울이다.

겨울바람이 차지만 내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여야의 경쟁은 뜨겁다. 국민들의 삶이 힘겨워져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선지 놀랍게도 여당의 이재명 후보도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또 다른 의미의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다.

2017년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비정규직 제로 정책,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온 소득주도성장 정책, 탈원전, 너무나 많은 횟수에 걸친 부동산 대책 등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었는데 그중 상당수는 의도와는 정반대 효과를 내거나 물의를 빚었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부동산 문제만큼은 예외였다. 사실 다락같이 오른 집값과 세금폭탄도 문제였지만, LH 사태와 대장동 사태가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대장동 사건의 실무진 두 사람이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자 몸통 수사를 늦춘 검찰에 비판의 화살이 퍼부어지고 국회 특검론도 재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동반출장 사진을 내놓고 극단적 선택을 한 당사자를 모른다고 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다. 아무튼 이번 대선에서 부동산 문제와 대장동 사태의 본질에 대한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이재명 여당 후보의 180도 변신이다. 부동산 투기로 번 돈을 다 회수해야 한다면서 강력한 부동산 관련 조세의 강화를 주장하고 더 나아가 ‘국토보유세’라는 새로운 조세를 창설하자고 했었는데 느닷없이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국민들의 부담이 매우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공시가격제도의 조정을 주장하고 심지어 종전에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이라면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자던 정책을 이제는 1년간 유예하자고 했다.

사실 세금을 엄청나게 물리는 ‘징벌’로 수요를 잡겠다는 부동산 정책은 이미 다수의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었다. 부동산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서 징벌의 채찍을 휘두르기보다는 수요자와 공급자라는 “누이와 매부가 모두 좋아하는” 시장 교환의 방식이 잘 통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에 그동안 이재명 후보를 포함한 여당 인사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변해서 지지자들마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돌변은 “정치를 경제학적 방법으로 분석하는” 공공선택학(public choice)의 ‘중위투표자(median voter) 가설’로 일부 분석될 수 있다. 중위투표자 가설은 선거에서 득표 극대화를 위해 각 정당이 이미 잡아놓은 집토끼보다는 산토끼인 ‘중도’계층을 겨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평소 주장까지 버릴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는 ‘중위투표자 가설’의 예측 범위를 벗어났다.

이 가설이 이런 예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중도 표심을 바라보다가 일관성을 잃으면 지지자들이 돌아서는 등 죽도 밥도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부동산 관련 세금의 유예도 “한시적”으로만 한다는 꼬리를 붙여 곧 예전 정책으로 돌아갈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꼬리를 붙이는 순간 중도 표심은 달아나고 만다. 이재명 후보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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