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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시칠리아섬 유명 석회암 절벽 훼손…소유권 분쟁이 반달리즘으로 번져

伊 시칠리아섬 유명 석회암 절벽 훼손…소유권 분쟁이 반달리즘으로 번져

기사승인 2022. 01. 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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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남부 레알몬테 해변 '터키인의 계단'에 붉은 염료 테러
터키인의 계단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부 레알몬테 해변에 있는 하얀 석회암 절벽 ‘터키인의 계단’ 모습. 지난 7일(현지시간) 누군가에 의해 붉은 염료로 훼손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 =게티이미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지리학적 가치로 유명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석회암 절벽이 반달리즘(예술품이나 문화·자연유산을 파괴하는 행위)에 의한 피해를 입어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시칠리아섬 남부 레알몬테 해변에 있는 석회암 절벽이 누군가에 의해 붉은 염료로 훼손됐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훼손 행위는 지난 7일 밤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다음날 새벽에 지역 순시 중인 지역 경찰이 발견했다.

이 석회암 절벽은 고대 터키 해적들이 자주 침략한 데서 이름이 유래돼 ‘터키인의 계단(Scala dei Turchi)’으로 불린다. 시칠리아 출신 추리소설 작가 안드레아 카밀레리의 몬탈바노 시리즈 작품에 언급되며 해마다 다수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됐다.

현지 수사 당국은 훼손에 사용된 염료는 쉽게 제거가 가능한 건물 외장용 페인트로 추측하고 있으며, 발견 즉시 당국 공무원들과 다수의 시민 자원봉사들이 함께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이 사건을 맡은 담당 검찰은 최근 인근 지역에서 훼손에 사용된 염료에 대한 판매 경로를 찾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절벽 주변의 비디오 감시 장치의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9년 유네스코에 ‘터키인의 계단’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신청했으나 보존상태 부실 등의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한 자연 침식과 더불어 다수의 관광객이 피부병에 좋다고 알려진 하얀색 석회암을 무단 반출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더 가디언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이번 석회암 절벽 훼손 사건과 관련해 ‘터키인의 계단’에 대한 레알몬테 시 자치단체와 주민 페르난도 샤바라 씨 사이의 소유권 분쟁을 조사 중이다. 2014년 시작된 이 소유권 분쟁은 이탈리아판 ‘봉이 김선달’ 사건으로, 자연유산에 대한 개인의 소유 인정이 가능한가에 대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소유권 분쟁이 시작됐을 당시 샤바라 씨는 19세기에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를 들어 레알몬테 해안 일부가 본인의 개인 소유라며 절대 무료로 지역에 양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레알몬테 시 역시 이곳이 절벽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명사고가 잦으며 그 책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샤바라 씨는 레알몬테 시에 석회암 절벽 지역을 대여하고 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협상을 시도했으나, 결국 지난해 국유지 점유와 자연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소돼 910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소송 결과에 따라 ‘터키인의 계단’은 검찰에 압류당하고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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