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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은 궁궐건축 화룡점정” 궁중현판 조명 첫 대규모 전시 개막

“현판은 궁궐건축 화룡점정” 궁중현판 조명 첫 대규모 전시 개막

기사승인 2022. 05. 2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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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서 8월 15일까지…'대안문' '인화문' 등 83점 한자리에
전시 전경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전경./제공=국립고궁박물관
건물의 얼굴과도 같은 ‘현판’(懸板)은 조선시대 건물 이름을 알려주는 명패 혹은 게시판 역할을 했다. 현판은 궁궐 건축물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이지만 전시에서 주인공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저 전시 주제에 맞춰 소품처럼 몇 점씩 공개됐을 뿐이다.

그동안 조연처럼 취급됐던 현판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을 8월 15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현판 775점 중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된 조선왕조 궁중 현판 81점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현판 2점 등 83점이 소개된다. 국보 ‘기사계첩’과 각자장(刻字匠) 작업 도구 등을 포함하면 출품 자료가 100점을 넘는다.

국립고궁박물관 궁중 현판 상당수는 일제강점기 궁궐 건물이 훼손될 때 철거됐고, 여기저기를 떠돌다 2005년부터 박물관 소장품이 됐다.

조선왕실 현판을 꾸준히 연구해 온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붕 아래 걸려 있어서 으레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던 현판을 대부분 성인 눈높이에 맞춰 진열했다. 또 안국동 별궁에 있던 ‘정화당’(正和堂) 현판은 앞쪽이 아니라 관람객이 평소 보기 힘든 뒤쪽을 공개했다.

김충배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은 “이번 전시는 현판이 걸린 높이를 낮춰 관람객이 세부 장식까지 볼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라며 “유형유산인 현판은 물론 현판 제작에 얽힌 무형유산까지 전시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출품 현판 중에는 프롤로그 공간에 놓인 ‘대안문’(大安門) 현판이 가장 크다. 가로 374㎝, 세로 124㎝이다. 제작 시기는 1899년이다. 지금은 덕수궁 정문에 ‘대한문’(大漢門) 현판이 걸려 있지만, 과거에는 대안문이라고 했다. 격동하는 근대사 속에서 나라가 크게 평안하기를 바라며 지은 명칭으로 알려졌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인화문’(仁和門) 현판이 나온다. 인화문은 대안문 이전에 덕수궁 정문으로 사용된 문이다. 현판은 가로 353㎝, 세로 122㎝다. 인화문과 대안문 현판 모두 글자 새김 솜씨가 매우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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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현판’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제공=국립고궁박물관
현판 제작 기법과 장인을 조명하는 1부 ‘만들다’에서는 명필 석봉 한호(1543∼1605) 글씨를 바탕으로 1582년 제작한 ‘의열사기’(義烈祠記) 현판을 볼 수 있다. 2부 ‘담다’는 현판 내용을 성군의 도리, 백성을 위한 마음, 신하와의 어울림, 효 등 왕도 정치 이념이 투영된 네 가지 주제어로 살핀다. 이어 3부 ‘걸다’는 다양한 기능의 현판 20점을 벽면에 걸어 관람객이 압도되는 느낌을 받도록 연출했다.

현판과 실물 자료 외에도 의궤에 나오는 그림 ‘홍화문사미도’(弘化門賜米圖)와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만화 영상, 현판 이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창덕궁과 창경궁 건물 배치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동궐도’를 배경으로 현판 글씨를 써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은 “현판은 조선시대 궁궐건축의 화룡점정과도 같은데, 대규모 궁중 현판 전시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면서 “현판은 대부분 한문이어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양한 모양과 글씨를 감상하다 보면 글귀의 오묘한 뜻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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