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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TV를 지혜상자로

[기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TV를 지혜상자로

기사승인 2022. 06. 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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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철 경희여중 교사/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강용철
TV를 일컬어 바보상자로 부르곤 한다. 손안의 TV,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된 요즈음 시대에는 그 바보상자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이용 행태 전문 조사 기관인 ‘나스미디어’의 2022년 4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국민의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이 일평균 1시간 52분에 달한다고 한다. 여가 시간뿐 아니라 일상생활 중 비의도적인 영상 매체 노출 시간까지를 포함한다면 TV, 스마트폰의 영향력은 우리의 모든 생활 시간을 지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따라 미디어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익 캠페인과 심리 치료까지 동원되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의 일상 지배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있다고 한다면, 미디어를 교육적으로 유익하게 활용하기 위한 방법론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20년 가까이 국어 교육을 담당해 왔다. 국어를 배우는 교육 현장도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게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문해력(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의 콘텐츠를 비판적, 분석적으로 수용하고 창의적으로 재생산해 내는 일련의 과정을 비중 있게 다룬다. 이를 위해 책을 비롯해 방송, 영화, 음악, 공연물 등 학생들에게 친숙한 미디어 콘텐츠 모두가 교육의 매개체로 활용되며, 그 내용 가운데에서 성찰 포인트를 찾아내고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소통 활동이 진행된다.

이와 같이 미디어 콘텐츠를 잘 읽어내고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창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교육 과정과 방식은 국어뿐 아니라 사회탐구, 자연과학 교육 영역에까지 활발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더욱 반가운 것은 다양한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미래 세대를 책임질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문화·사회공헌 활동으로 CJ나눔재단과 샘터사가 공동 기획하여 발간하는 도서 ‘아우름 시리즈’의 일환으로 필자가 동료 교사인 정형근 선생님과 함께 집필한 <미디어 리터러시, 세상을 읽는 힘>이 발간되었고, 이 외에도 CJ나눔재단은 영화 감상 기반의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아동센터 300여 곳에 제공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영화 〈명량〉을 보고 이순신 장군의 10여 가지 리더십 요소들로 STAT(능력치)을 매겨 게임 캐릭터를 창조해 보는 활동, 이순신 장군의 행진곡을 클래식 음악 가운데서 선택하여 OST를 구성해 보는 활동 등 미디어 요소를 이해하고 내용을 평가하고 재구성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올해 전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대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에 60억원을 배정했다. 또한 삼성은 지난해 청소년 교육 지원 사업 ‘드림클래스’를 ‘드림클래스 2.0’으로 개편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 글로벌 역량 등으로 교육 콘텐츠를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의 노력처럼 미디어 콘텐츠에 교육적인 관점과 기획력을 더한 다양한 교육이 이어진다면, TV는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닌 바른 인성과 창의성 함양에 꼭 필요한 지혜 상자로 거듭날 수 있다. 더욱이 남다른 취향과 취미, 뚜렷한 콘셉트와 표현력만 있으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미디어에 전파시킬 수 있는 크리에이터의 대중화 시대에는 콘텐츠를 읽고 평가하며 만드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은 더욱더 필수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다.

지난 6월 1일에는 17개 광역시도 교육감들이 새로이 선출되었다. 새로운 교육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 혁신에 대한 여러 과업이 있겠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저변 확대와 질적 향상에도 교육계의 노력과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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