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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상가 입주자 수도관 막은 아파트입주자대표…“수도불통죄 인정, 위법”

[오늘, 이 재판!] 상가 입주자 수도관 막은 아파트입주자대표…“수도불통죄 인정, 위법”

기사승인 2022. 06. 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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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법원 전경 /박성일 기자
비록 화장실 용수 공급을 위해 설치된 수도배관이더라도 이미 불특정 다수가 음용수 공급용으로 이용 중이었다면 해당 시설을 차단하는 행위는 형법상 ‘수도불통죄’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수도불통죄 및 업무방해죄 혐의로 기소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4월 중순께 아파트 관리소장과 관리과장에게 아파트 상가 2층 화장실 천장에 설치된 수도배관을 분리하도록 해 상가 입주자들이 상수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 아파트는 화장실 용수 공급용으로 설치한 수도배관을 상가 2층 화장실 천장 쪽의 수도배관과 연결해 상가 입주자들이 음용수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A씨는 아파트에 연결된 상수도를 아파트 상가 입주자들이 연결해 사용하는 것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상가 입주자들과 상수도 유지 보수 관리비 등을 협상하려 했지만, 협상이 원활하지 않자 배관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는 화장실 용수 공급용으로 설치됐지만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음용수 공급용으로 이용 중인 수도배관을 수도불통죄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또 수도시설 관리비 인상 협상이 결렬됐다는 이유로 단수조치를 즉각적으로 한 것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지 등을 두고 원고와 검찰이 다툼을 벌였다.

현행 형법 195조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먹는 물을 공급하는 수도시설을 손괴하는 등 행위 등을 하면 징역 1~10년에 처할 수 있다. A씨는 상가 2층 천장에 설치된 수도배관이 화장실 용수 공급용인 만큼 수도불통죄 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 2심은 모두 A씨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아파트 측의 동의를 받아 상가 수도관에 배관을 설치했고, 피해자들로부터 각층마다 설치된 수도계량기 검침에 따라 수도비용과 오수처리비용을 매월 지급받는 등 연결 배관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적어도 추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A씨를 유죄로 봤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된 수도불통죄 성립 여부와 관련해서도 법상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로 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단수 조치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해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했고, 대법원 역시 원심이 옳다고 보고 상고기각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옛 형법 195조가 규정한 수도불통죄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을 손괴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공공위험범죄로서 공중의 건강 또는 보건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면서 “수도불통죄 대상이 되는 수도 기타 시설이란 공중의 음용수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설치된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설령 다른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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