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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104년만에 첫 외채 디폴트...경제 고립 현실화

러시아, 104년만에 첫 외채 디폴트...경제 고립 현실화

기사승인 2022. 06. 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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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MARKETS/ <YONHAP NO-2450> (REUTERS)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가 104년 만에 외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사진=로이터 연합
러시아가 볼셰비키 혁명 직후인 1918년 이후 약 100년 만에 외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쏟아진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날까지 달러와 유로화로 지급돼야 할 두 개의 외화 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 약 1억달러(약 1300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당초 만기일은 지난달 27일이었지만 30일간의 지급 유예기간이 설정되면서 이날 공식적으로 디폴트가 성립됐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내 상환 의무를 완료했으며 유로클리어가 개별 투자자의 계좌에 입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투자자들이 돈을 받지 못해 디폴트로 간주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로클리어는 러시아 자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모든 제재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 “서방국들이 러시아에 디폴트 꼬리표를 달기 위해 인위적인 장벽을 만들었다”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보스톤 소재 자산운용사인 루미스 세이레스의 애널리스트는 “상환 능력을 보유한 정부가 외국 정부에 의해 디폴트 상황에 처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태”라며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커다란 디폴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정권 말기인 1998년에도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외채가 아닌 루블화 표시 국채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외채 디폴트는 1918년 이후 104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 정부는 러시아 제국의 부채를 이어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 디폴트에 빠졌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정치·경제·금융 측면에서 서방으로부터 배제되는 ‘암울한 신호’로 평가했다. 이미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동결됐으며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 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하지만 이미 제재로 러시아 경제에 충격이 온 상황에서 이번 디폴트는 러시아가 자국 경제 문제를 대처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디폴트가 세계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투자 분석가들은 판단한다. 신흥시장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등 채권 보유자는 이번 디폴트로 심각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러시아가 신흥시장 채권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디폴트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행된 경제 제재가 낳은 예측 가능한 결과”라며 “디폴트는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의 붕괴를 반영하며 1918년 이후 첫 번째 외채 디폴트라는 상징성이 주목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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